지금의 문방구가 절반 정도 크기였을 92년도부터 시작했다. 오전·오후 한 반에 70명 되는 시절부터 대부분 초등학생 손님들이다. 그러다가 10년 쯤 지나서 옆에 서점이 있던 자리까지 넓히고 아이비스 간판을 걸면서 대학생 손님들이 점차 늘어났다. 아이비스는 모닝글로리에 있던 디자인팀이 나와서 체인점을 운영한 것인데 우리가 1호점이다. 대학생들은 보통 지류와 팬을 많이 사고 초등학생들은 간식거리와 과자, 알록달록 한 것들을 사간다. 매일 학교에서 가져오라는 준비물, 찰흙 같은 것들도 사가고. 제일 인기 많은 것은 유희왕 카드. 신기하게도 꾸준히 카드를 사러오는 대학생들도 있다. 작년에 졸업한 여학생 3명이 몰려와 사갔었고 남학생들도 박스에 세트로 들어 있는 9000원 짜리 카드를 사간다. 사실 처음에는 애기

어느덧 10월 중순. 가을의 분위기가 절정이다. 그렇다면 가을을 대표하는 정서는 무엇일까. 아마 외로움이 아닐까? 비록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는 않지만 가을을 타며 한껏 감상에 젖어 지내보는 것도 독자 분들에게 한번쯤 추천해주고 싶다. 다만, 궁상과 주책은 금물.9월 30일자로 발행된 266호에서는 최근 본교에서 일어난 몰래카메라 범죄를 메인기사로 다루었다. 성과 관련된 범죄는 기본적으로 한순간의 우발적 충동이 사건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억눌린 감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만큼 감정을 올바르게 제어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과 예방교육이 필수적이지만 고위직 참여율이 제로인 허울뿐인 교육을 각박한 삶 속에서 피로감에 찌든 학생들에게 권하기엔 교육자, 피교육자 모두에게 못할 짓이다.

만지작거리던 핸드폰 약이 닳아서 죽어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5년 전 일이 떠올랐다.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의 일이다. 죽음을 처음 경험했다. 그 때 느낀 감정은 나를 어른의 계단에 한 층 올려주었다. 내가 사랑했던 고양이의 몸뚱이는 분명 품 안에 있었다. 하지만 혼이 나가버린 그것은 더 이상 내 고양이가 아니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살아있음은 무엇인가. 15살이었던 나는 그 충격으로 며칠 내내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허우적거렸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가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찌해야 할까. 그 대상이 할머니라면? 동생이라면? 엄마라면?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만지작거리던 핸드폰 약이 닳아서 죽어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5년 전 고양이가 죽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J : 축제기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헌법을 담당하고 계신 교수님이시기에 기본권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기본권이라고 하고 그 일반 규정이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것. 그러나 행복과 가치의 기준은 다양한데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있나.이세주 교수(이하 이): ‘인권’이라 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권리이다. ‘기본권’이 인권과 다른 점은 법제화 되었고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에 보장된 것. 근본 규범이며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민법, 형법 등 어떠한 하위의 법들이라도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명시한 헌법을 침해 못한다. 먼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임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지난 여름방학 교내 모든 건물에는 보안 강화를 위한 다양한 공사가 진행되었고 이제 곧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장치가 하나 설치되었는데 이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이다. 연구실에 사람이 있을 때 자동으로 형광등과 냉난방 기기가 작동되고 퇴실 시에는 꺼진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저감해야 하는 관점에서 볼 때 시스템의 설치는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학교와 교내 모든 구성원의 획기적인 의식 개혁과 실천 없이는 어떠한 효율적인 시스템 운용도 한낱 무의미한 일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에너지 소비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1년 국제에너지기구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 세계 순위는 9위로 우리보다 부유한 일본에 비해 30% 이상 높고, 프랑

공업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약 10년 정도 기계설계하는 일을 했었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12년. 회사생활을 하면 취미하나 쯤은 갖기 마련인데 로스팅이 취미였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까?’하는 마음에 카페를 열었다. 다른 커피 매장과 차별화를 둔 것은 오직 하나. 커피 맛이다. 일반 카페들 보다 30~40% 비싼 원두를 사용하는데 그 맛을 구별할 줄 아는 손님들이 많지는 않다.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이 구별하는 커피 보통의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가 맛으로만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배경음악과 분위기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기도한다. 아무리 가게 운영이 힘들어져도 커피 맛에 손대지 않게 해달라고. 많은 곳에서 싸구려나 오

먼저 햇빛이 닿아 발갛게 물든 단풍들이 손을 흔든다. 붉은 파도를 타고 가을이 밀려오고 있다는 인사를 건네며. 가을하늘의 천장은 높아지고 단풍은 만개하여 멀어진 하늘을 향해, 내게 가까이 오라고 빨개진 손을 하염없이 흔든다. 퍼런 하늘에 손끝이라도 닿아 보려 애쓰는 것이다. 그 사이 우리네 마음은 단풍의 외로운 아우성에 물들기 시작한다.  내 사랑은 어디에, 언제 일랑 내 님을 만날 수 있는 건지. 단풍과 하늘처럼 멀찍하기만 하다- 그렇게 우리는 외로움을 탄다. 사실 가을을 타는 이유는 호르몬 때문이란다. 햇빛을 받지 못해 비타민D가 부족해져 우울해 지는 것이다. 그러니 홀로 캠퍼스 누비며 가을감성에 젖어든 이가 있다면 우유 한 팩 건네주어라. 우유와 등 푸른 생선, 버섯, 계란 노른자가 비타민D 보충에

‘J가 노크하다’는 각 분야 별 학문적 성과를 내고 계신 본교 교수님들께 강의 실 밖,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학문과 삶의 가치, 인생의 태도를 알차게 담아낸 코너이다.J : 교수님은 국제정치 연구 및 교육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상에서 최근 유네스코가 제정한 사회과학 부문 논문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또한 국제정치학을 선도하는 여섯 학자 중 한 분으로 국내 주요일간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교수님의 특별한 연구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박 교수 :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주제넘은 얘기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국제정치학자로서 나름의 연구관이 있다. 핵심은 이론과 정책, 역사 탐구가 동시에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론은 다양한 측면에서 현

비록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었으나 교황이 방한(訪韓)에서 남긴 감동과 여운은 길게 이어지고 있다. 교황은 시종 이 땅의 낮은 데로 임하여 상처 받고 고통에 허덕이는 이들을 따뜻하게 끌어안고 눈물을 닦아줬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발언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깊은 울림을 자아냈을 것이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일상은 무한경쟁을 통해 굴러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본교만 하더라도 회의가 열릴 때마다 다른 대학과의 비교자료를 근거로 쉴 새 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형편이다. 또한 각 전공은 그 수준이 수량으로 치환되어 전공 간 경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

지난 5월 총동연 재선거 관련 기사들은 한 지면을 할애하는 그 양도 양이지만 가독성을 위한 간략화 과정이 아쉬웠다. 반면 263호에서 다뤘던 재선거 이후 총동연과 선관위의 입장 관련 기사들에서는 이 점이 크게 개선되었다. 더욱이 이 기사와 ‘박문각 에듀’관련 기사들은 우리 인간이 한 집단에 속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방향과 개인의 행위가 때론 얼마나 편협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 지를 보여주었다. 4면, 대학 언론 관련 기사에서는 국내 대학 언론들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기사에서 밝히듯이 국내에 존재하는 여러 대학 언론의 위기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대 학보도 학생들, 즉 독자들의 무관심 속에 위기를 맞이하는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 필자가 입학 당시 처음 읽어 보았던 학보에 대한 솔직한

방금도 97학번 학생이 찾아와서 밥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갔어요. 93년도에 SPACE가 생겼고 저희는 95년도부터 일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곧 영업한지 20년 됩니다. 요즘 학생들은 SPACE가 오래된 줄 모르지만 방학이나 주말엔 졸업생들이 옛 생각에 자주 찾아오곤 해요. 그래서 가게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요.벽화도 99학번 '애니켓' 학생들이 그린거예요. 원래는 가게 전체가 벽화와 낙서들로 빽빽했어요. 4년 전까지만 해도 여학생들은 남학생 목마를 타고 올라가서 낙서할 정도였으니까요. 가게 문 앞에 걸린 사진들도 다 90년대부터 00년대 학생들의 흔적이에요. 사진에서처럼 함께 사진도 찍고 형, 누나라고 부르며 친밀하게 지냈어요. 한참 학생운동을 하던 때라 학생운동 전단지를 가게에 숨기기도 했

혹시 청개구리라고 얄궂은 비난을 들어본 적 있나. 그렇다면 여기 짤막한 용기의 글을 읽어보라. 우리가 아는 청개구리의 일화는 이렇다. 항상 말 안 듣는 아들 청개구리가 있었다. 엄마개구리가 산에 가서 놀라고 하면 냇가에 가는 말썽쟁이 청개구리. 엄마 개구리는 곧 죽을 때가 되자 말 안 듣는 아들을 염려해 냇가에 묻어 달라고 한다. 그래야 꼭 산에 묻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개구리가 죽은 후에 아들 개구리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주고자 냇가에 묻는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혹시나 무덤이 떠내려갈까 냇가에서 개굴개굴 운다. 표면적으로는 불효자의 최후를 비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뿐일까?사실 우리는 청개구리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자연계에서 청개구리가 멸종위기를 맞아 비상이다. 우리

J :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전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소장, 현 한국 교육사회학회 부회장과 교수학습센터장으로 계시면서 각종 교육관련 토론과 칼럼 기고를 통해 활발하게 외부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안다. 교내 강의 뿐 아니라 교외 활동을 통해 체감하는 공교육은 실제로 죽어가고 있나?성기선 교수 (이하 성) : 그렇다. 제도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수많은 갈등이 있어 왔다. 그 첫 번째는 1980년대에 있었다. ‘제도교육이, 학교가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한 위기의식이었다. 사회는 왜곡되어 있는데 학교는 눈을 감고 있다. 군부독재시대는 비민주적으로 언론이 탄압받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노동이 체계적으로 지배당하는 척박한 현실이었다. 학교는 장부주도에 의해 좌지우

그 어느 때보다도 이른 한가위로 유난히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한 2학기 초다. 얼마 안 있으면 짙은 녹음을 뽐내던 나무들이 서서히 붉은 옷을 갈아입고 가을의 정취를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다. 다들 가을을 만끽할 준비는 되었는지 궁금해진다.9월 2일자 264호 학보에서는 총학생회의 공약 중간점검 특집을 메인 테마로 부문별 공약 내용과 이행 사항을 학보사 자체분석에 따라 결과물을 ‘나열’하였다. 0번으로 시작하는 총 5개 부문의 공약에는 분명히 경중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성급한 도식화로 독자들에게 괴리감만을 안겨준 점은 매우 아쉽다. ‘공약 이행률 52.8%? 1학기에 내가 모르는 뭔가 있었어?’셔틀버스 무료화와 마을버스와의 공존은 해묵은 논쟁거리이자 거의 매해마다 총학의 단골

필자는 ‘복사골 뼈해장국’이다. 주인아저씨하고 함께한 세월도 벌써 15년. 우리 가게의 신선한 점이라면 승용차로 배달하는 거다, 지금은 차종이 마티즈인데 옛날에는 티코였다. 손님의 80%는 홀에서 먹고 나머지 20%는 배달이나 포장을 한다. 적은 수라도 아저씨는 날씨 관계없이 손님이 부르면 가야 된다고 한다. 직접 와서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배달을 시키면 배달비도 따로 받지 않으면서 요구르트도 넣어준다. 홀에서 먹으면 따뜻하게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배달은 식으니까 미안해서. 해장국보다 따뜻한 아저씨다. 아저씨는 돈을 목적으로 장사하지 않는다. 일단, 음식점은 밥이나 먹고 가는 장소가 아니라는 마음을 보시라. 가게 안에서 정다운 말도 나누고 쉬어야 한다는 마음. 지난 시간 동안 동네에 수 없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온 등록금과 학교와의 근거리 확보에 따른 주거경비의 부담 및 고물가 등의 삼중고는 '고등교육법' 제2조제1호에 열거된 ‘대학’의 구성원이자 '교육기본법' 제3조의 학습과 교육에 관한 권리를 향유하는 대다수 ‘대학생’들이 직면한 경제적인 여건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물론 우리 학교의 경우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을 유지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많은 대학들이 장학금 지급률을 높여 대선 공약 파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이른바 ‘반값 등록금’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정보공시에 기초한 교육부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6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0.24%(1만7천원) 내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3년 전국 사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