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에 녹아있는 대학생의 잠재의식과 욕망
‘낙서’에 녹아있는 대학생의 잠재의식과 욕망
  • 오준섭 기자, 서지영 수습기자
  • 승인 2009.11.11 22:13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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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책상이나 구석진 벽면, 화장실 벽이나 교재 등지에 낙서를 해본 경험이 있는가? 아마 우리들 모두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학자들은 낙서를 ‘가슴 안에 감춰놓은 것을 남에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하나의 행위’로 보고 있다. 무언가 마음속에 있던 말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은밀하게 하는 낙서, 무언가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말하지 못하고 글로 적었던 낙서, 헤어진 혹은 자신의 맘을 알아주지 못하는 그 사람을 향해 쓴 낙서, 낙서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품고 써진다. 이렇게 아날로그 소통방식인낙서는 디지털 시대로 온 지금에도 예전 그 역할을 수행해 주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도 강의실 구석구석, 도서관 한쪽, 화장실 칸막이에 낙서가 있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 낙서의 경향은 개강첫날 교수님들이 매학기 말하는 명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가톨릭대학교는 다른 학교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학풍이 조용하고 학구적인 것 같아요”우리학교 학생이라면 한번쯤 이런 이야길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의 낙서는 어떠한 경향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학교와 낙서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떠한지 남녀문제, 학업, 자의식, 학교비판, 성에 대한 잡담, 재치 등에 걸쳐서 비교해 보았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홍대를 갔으나 방학동안 전격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홍대에는 낙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획부 기자들은 홍대에서 가깝기도 하고 낙서가 많기로 유명한 신촌의 연세대를 방문하여 조사하였다

 

 

연애-사랑,열정그리고 아픔,그리움

‘연애는 악마요, 불이요, 천국이요, 지옥이다. 그리고 쾌락과 고통, 슬픔과 회한이 모두 거기에 있다’라는 명언이 있다. 청춘의 , 대학생의 로망인 연애. 가히 대학생이 가장 고뇌하고 궁금해 하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안되는 거 알면서, 끝인 것도 알면서 헤어진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는 우리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남녀의 생각의 차이가 화성과 금성만큼 떨어져있다는 어느 소설의 표현처럼 가까이 있지만 우주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 살펴보자. 우리학교와 연대 모두 연애에 대한 공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사랑고민, 아픔과 위로 조금씩 사랑의 방식은 다르지만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 왜 아직도 감추는 거야?

성에 관한 얘기는 화장실 낙서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남자화장실의 낙서내용들은 언어폭력적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폭력적 내용도 있었다.여기서 가부장적 태도가 음성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 내용은 차마 여기에 인용하지 못할 정도이다. 여자화장실 역시 성에 대한 낙서가 많았지만 남자화장실과는 달리 완곡하고 호기심에 가까운 질문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학교는 전체적으로 성과 관련된 낙서가 없었다. 낙서를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낙서를 금방 지워버리는 걸까?

 

 

나는 누구인가? 여긴 또 어디인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계속 고민하게 되는 삶에 대한 고찰과 인생의 어려움에 대한 한탄, 현실 개혁 의지 인간관계 관한 문제 여기에 학생들의 자의식에 관한 진지한 고민들이 있다. 언젠가는 잘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사람, 두려워서 의지가 없어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다소 비관적인 사람도 있었다. 아직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지 못한 대학생들은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도 하고, 주변 인간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과 함께. 인생에 대한 회의와 고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바로 알고 성숙한 인간으로 태어나자.

 

 

낙서의 생명은 재치지?

우리가 낙서를 보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낙서 속에 녹아있는 재치와 재미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구성원을 관통하는 공감과 발랄 재치 만점 낙서들, 여기 모아보았다.

 

 

‘학벌 콤플렉스’탈출, 학교에 대한 애정필요

여기서 각 학교간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우리학교의 경우는 학교시설이나 학사제도에 대한 불만들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주로 ‘학벌 콤플렉스’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다. 반면 연대의 경우 학사제도 특히 상대평가에 대한 불만과 학생들의 비판, 참여의식결여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기자는 낙서들을 조사하며 이점이 아쉬웠다. 대학을 서열화 시켜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둔 채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말이다. 스스로 열등감을 가질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또한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의식과 참여의식 없이는 학교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함께 할 때 학교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학생의 본분은 공부?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낙서중 학업에 대한 고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미래를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의지표현과 함께 공부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을 개탄하며 쓴 글이 주류를 이뤘다. 취업을 위해 하는 끊임없는 공부들. 학점관리와 자격증시험, 모두들 하니 안 할 수는 없고 학생들은 힘들기만 하다. 끝도 없는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오늘도열심히공부한다‘. 잘 될거야’라는 막연한 다짐과 함께 서로를 응원하며.

 

 

‘인간윤리’라는 용어가 있다. 인간이 정상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오면 점점 현실세계에서 지켜야 될 틀을 배워가며 이것을 지켜가며 산다는 이론이다. 낙서는 현실세계에서 지켜 가야되는 틀에서 잠시나마 일탈해 그 안에서 억압받고 있던 숨겨진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적 기능을 한다. 이렇게 표현된 낙서들은 누군가에게 무언가 전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나타난다. 우리도 강의실 책상이나 구석진 벽면, 화장실 벽면이나, 도서관등지에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 누군가 읽고 반응해주길 바라면서 낙서를 하고 있는건 아닐까? 연대와 우리학교의 낙서의 내용이 다른 건 결국 우리가 처한 환경에 따라서 낙서도 그 옷을 바꿔 입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은 낙서들은 그 당시를 살던 우리의 기억의 한편, 우리가 남겨놓은 비공식 기록이다. 이러한 낙서를 통해서 우리 개개인은 개인의 문제를 우리 공통의 문제로 공유할 수 있다. 낙서는 개인의 욕망에서 타인과 호흡하게 하는 탈출구인 셈이다.

 

 

오준섭 기자

서지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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