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연습
멍 때리기 연습
  • 봉현우 기자
  • 승인 2013.03.07 16:32
  • 호수 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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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술에 대한 취재차 포천 전통술 박물관에 다녀왔다. 취재라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무거웠다. '별 탈 없이 취재를 다녀올 수 있을까?' 머릿속에는 내가 맡은 기사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 차있었다. 포천으로 향한느 버스 안에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기사방향과 인터뷰질문지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포천에 도착하여 전통술 박물관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려 버스 정류장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버스 시간표를 보는데 이게 웬일! 내가 타려고 했던 버스의 배차시간이 240분이었다. 취재 오기 전 4시간을 잡고 금방 다녀오겠다고 생각했던 계획이 버스의 배차시간이라는 변수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짜증이 났다. 애써 준비했던 전문가 인터뷰 질문지를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조용한 버스 정류장에서 아무할일 없이 있으려니 지루했다. 그 곳에서의 유일한 흥밋거리는 하늘 보며 멍 때리는 것뿐이었다.

1시간가량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향하고 있을 때 버스가 도착했다. 박물관에 제시간에 도착할 듯 보였다. 박물관에 가서 어떻게 취재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걱정을 하기 시작하니 착잡했다. 차라리 쓸데없는 고민에 스트레스 받으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보다 아까 정류장에서 하늘 보면서 멍 때리고 가끔가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멍 때리기'라는 것을 '바보 같음', '생각 없음'과 같은 단어들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을 대면 스스로도 모르게 그 생각에 심오하게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있어 이번 경험과 같이 멍 때리기는 단순히 모자라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기분 좋은 휴식을 갖는 힐링타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멍 때리기가 시간 낭비가 아닌 어떤 휴식으로써의 의미로 사용해 보면 어떨까. 평소 많은 고민들로 인해 과부화가 된 머리에게 잠시 동안만이라도 '비움'의 시간을 준다면 재충전을 통해 내일이 더 기다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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