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속 다른 세계
같은 공간 속 다른 세계
  • 신종환 수습기자
  • 승인 2009.11.11 22:42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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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지하철역의사람들

 

지하철 역 왼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좌판상인을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쫓고 쫓기는 좌판상인
‘그분’들은 직장인들의 퇴근이 한창인 저녁 8시, 신도림 역에서는 좌판을 벌이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 거린다. 신도림역에 도착하면 2호선과 1호선이 교차하는 곳에서 한 무리의 좌판 상인들을 볼 수 있다. 바쁘게 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중에서 물건을 사려고 가던 길을 멈추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밤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힘들지는 않으냐는 질문에“딱히 힘든 점은 없고 공익요원들이 자주 출몰해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점은 익숙하다”며 웃는다. 하지만 요즘 매출이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는“오늘만 해도 사실상 거의 아무것도 팔지 못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쉰다. 잠시 후 나타난 공익요원들을 피해서 상인은짐을 들고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익요원들이 사라지자 짐을 든 상인들이 다시 좌판을 벌인다. 펼쳐져 있는 돗자리에 놓여있는 물건들 만큼이나 그들이 지하철역 좌판상인을 하게된 사연도 많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의 가족들을위해서 하루하루 지하철역에 돗자리를 펴고 장사를 하는 것이리라.  매일매일 스치듯 지나가는 일상은 언뜻 보면 아무런 변화없는‘어제’와 같아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짧게 머물러 가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그들 지하철에서, 지하철이 정차하는 역에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타인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한다. 피곤하기 때문에, 바쁜 일상에서 타인과 엮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부담스럽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서로 눈을마주치기를 피하고, 접촉하기를 피해가며 서로를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은 주위사람들을 투명인간으로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중에서 유독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그러나 곧 다시 배경에 녹아들어서 우리의 인식범위 내에서 사라진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리고 우리가 잠든 사이, 문득문득 우리가 버린 캔을 치우고 신문을 치우며 가득차서 파리를 부르는 쓰레기통을 비우는 그들을 우리는 흔히들‘지하철 청소부’라고 부른다. 아침에 첫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청소를 하고 있는 청소부들을 보게 된다. 직접 알아본 그들의 생활상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일일 3교대에 두 번에 걸친 1시간의 휴식, 휴식하는 동안은 13명 정도를 수용 가능한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주간지 <한겨레21> 06년 5월10일자 609호에서 보도된 것처럼 3평 정도의 비좁고 축축한 대기실에서 쉬는 시간과 식사를 해결하고 월 70~80만원을 받던 이전에 비해서는 개선 되었다.

그러나 양호해 보이는 지하철 청소부들의 작업 환경은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에는 사회에서 흔히들 부르짖는 비정규직의 고질적 문제도 엿보인다. 어떤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100만원 조금 넘게 받는 월급이 인상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한 청소부의 말에서 그들의 노동에 대한 처우가 아직 개선 되어야할 여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의 불공정한 대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또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장 자주 접하고 지나치는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고 평소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과 연관시켜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들 뿐 아니라 지하철에는 알게 모르게 지나치지만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그 동안 모르는 채로 한편으로는 알면서도 지나쳤기 때문에 그들을 지나친 사람들은‘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지나친 자리에‘사람’이 존재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이웃으로 인식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시작이된다.

<신종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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