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가 아니었다면
학보사 기자가 아니었다면
  • 이은경 기자
  • 승인 2013.04.18 17:49
  • 호수 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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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가기 전부터 들떠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박승찬 교수님을 인터뷰하러 간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교수님의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선배들에게 익히 들어 유명한 강의인 줄은 알고 있었다. 수많은 학생들 중의 한명으로 강의를 듣는 선생과 학생이 아닌 기자와 인터뷰이로 만난다는 사실은 나에게 뿌듯함을 주기도 했지만 부담감과 긴장감도 함께 주었다.

교수님을 뵙기 전, 철학에 대해 공부해 가기 위해 도서관에 들러 철학 관련 서적 10권을 빌렸다. 다는 읽지 못했지만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만약 인터뷰가 없었다면 내가 철학에 대해 공부를 했을까? 어려운 개념에 다가가기도 싫어하는 나는 아마 철학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럴 땐 기자라는 점이 감사하게 느낀다.

처음엔 학보사의 학생기자 활동을 하며 많은 것을 잃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의 많은 약속도 학보의 기획회의를 위해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기사에 대한 항의 전화를 받으며 학보사에 들어온 것을 후회를 한 적도, 기사 쓰기에 바빠 성적이 떨어졌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이러한 어려운 날들을 보내며 힘겨웠지만, 그에 못지않게 값진 경험을 했으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기에 학보사를 쉽사리 떠날 수 없었다.

이렇게 노력을 하며 낸 학보를 학생들이 올바르게 접하지 못할 때 가장 속상했다. 어느 날은 가판대에 학보가 많이 사라져 있는 걸 보고 학생들이 읽는 줄 알고 뿌듯해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 동아리에서 학보를 동아리방에 쌓아놓고 ‘밥 깔개’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서 속상한 마음이 들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밥 먹으면서 기사내용 한번은 보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웃어넘겼다.

가끔은 내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지 학보사에 취업한 기자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학보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만약 학보사 기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학교의 역사의 현장을 기록할 수 있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도 학보사 기자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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