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마스크증후군
스마일마스크증후군
  • 김아림 기자
  • 승인 2009.08.25 19:26
  • 호수 1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레테이아

웃고 있는 가면 뒤로 우울한 속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의학적 용어로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다. 이것은 우울증의 일종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화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우울한 속내를 감추고 겉으로 항상 웃는 증상을 뜻한다.

과거에는 주로 억압된 환경의 여성들이나, 항상 대중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 연예인들에게서 이 증상이 나타났지만, 현재는 20~30대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9일 온라인 사이트 ‘사람인’에서 20~30대성인남녀 951명을 대상으로 ‘스마일 마스크증후군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70.2%(668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여성이 77.7%로 남성(61.4%)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증후군을 느낄 때는 ‘남들의시선을 의식할 때(3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밖에 ‘듣기 싫은 이야기를 참고 들을 때’, ‘하기 싫은 일을 떠맡을 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때’ 등의 순이었다.

김남영(사회·2) 학생은 “우울할 때도 주위 사람들에게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 적이 있다”면서, “정작 내 자신은 힘들 때가 많다”고 말한다. 한편 졸업 후,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괴롭다는 한 학생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불안하고 초조함을 많이 느낀다”며 “그러나 그것을 바깥으로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다. 남들도 똑같이 힘든 상황에서, 나 혼자 유난떠는 것 같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숨겨진 우울증’이라는 뜻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우울증보다 위험성이 크다. 주위 사람은 물론, 환자 본인도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일에 흥미가 없고 매사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주 피로하고 식욕 감퇴와 불면증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가면을 쓰고 있는가. 20~30대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성공을 위해서 더욱 더 자신을 옥죄어야 하는 경쟁적인 사회 구조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타인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역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야기 한다. 이처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평판이 중요시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면을 쓰고 나 자신을 감추게 되는 것이다.

‘우울한 마음을 애써 웃음으로 감춘 일이 있는가?’ 아니면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 싫은 일도 억지로 참아내는 일이 많은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나와 친구들, 혹은 가족들에게도 다가와 있을지 모른다. 한번쯤 서로의 고민이나 이제껏 가슴 속에만 묻어놨던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