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그저 끄덕여야 하나
국민은 그저 끄덕여야 하나
  • 배도현 기자
  • 승인 2013.12.09 22:16
  • 호수 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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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심 - 천안함 프로젝트
사진출처-아우라픽쳐스

■ 성심 - 천안함 프로젝트

천안함 프로젝트는 침몰했다. 3대 멀티플렉스 중 유일하게 상영을 결정했던 메가박스가 자체적으로 개봉 하루 만에 상영중지 했다. 개봉 전부터 논란이었다. 현역 해군 장교 및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이 법원에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상황이었다. 상영중지는 알려지지 않은 ‘보수단체’의 협박전화에 국내 굴지의 기업이 굴복한 것이다. 메가박스에 침몰한 천안함 프로젝트를 본교에서 떠올랐다. 지난달 19일(화) 7시, 본교 IH관 컨퍼런스룸에서 천안함프로젝트 부천지역공동상영추진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가톨릭대분회 주최 하에 상영했다.

 
의심은 소통의 시작

“의심은 소통의 시작이다. 의심을 못하게 하면 거기서 소통은 끝나버린다.” 영화 시작 부분 대진대 김성환(철학) 교수가 한 말이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24가지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현재, 메가박스의 일방적 상영 중지와 더불어 온라인 VOD 서비스와 IPTV 서비스마저 제한됐다. 재판부 판결에 따르면 ‘영화의 제작, 상영은 원칙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고 했지만, 온,오프라인에서 상영 가능한 곳, 즉 의심 가능한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정치적인 판단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다른 극장 체인처럼 애초 개봉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영을 결정한 이유는 관객이었지만 상영을 중단한 이유도 여러 번 밝혔듯이 관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의 경고, 협박 전화를 받았고, 상영 도중 퇴장하며 거칠게 항의하는 관객도 접했다.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극장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배급사 측이 상영관 확장을 논의하고 있는 시점에, 알려지지 않은 보수 단체의 협박 전화로 갑자기 상영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메가박스 드림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문의전화 시 통화 내용이 저장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다면, 음성 파일 경로 확인을 통해 해결해 나갈 여지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관계자는 “재단할 수 없는 것이기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에 뜻을 함께한 영화계 12개 단체 모임인 ‘영화인 대책위원회’가 문화부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화부 관계자는 “진상 조사 및 재발 방지 가능하도록 부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달라고 의견을 전달 받았다. 저희가 직접 진상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내부 부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메가박스를 비롯한 서로의 입장을 전해드렸다”며 “정부 차원에서 재발 방지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 상영 결정 여부를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스스로 되묻는 과정마저 통제...자기검열?

‘대학’에서도 합리적 의심이 위협받는다. 지난 9월 9일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을 주제로 고려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강연회를 대학본부가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취소했다. 당시 고려대 이과대 이샛별(수학·3) 학생회장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인물이라는 것도 의문이고, 정치의 문제를 떠나서 민주주의, 상식의 문제다. 국정원,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 등 일이 터지면서 진보, 보수를 구분 지어놓고, 양극화 시킨다”며 “우리는 정치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점점 두려워하지 않나. 판단의 기준이 서야하는데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판단을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지 되물을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본교도 위 지적에 피해갈 수 없는 듯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를 페이스북이나 개인 SNS에 업로드한 것만으로 소위 말하는 ‘종북’인증이 될 수 있다”며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도 세간의 시선에 의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본교 상영회를 주최한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조돈문(사회) 교수는 합리적 의심이 사라진 천안함 사건과 사회를 연결시켜 지적한다. “천안함 침몰에 의심, 의혹이 많다. 과학적 반증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감추고 있다”며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않은 채 군사정부 같은 태도는 민주사회에서 부적절하다”고 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종북 몰아가기는 더 강해졌다. 스스로를 ‘종북 판별법’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의견조차 타인에게 말하기 조심스러운 시대가 도래 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는 더 많은 ‘천안함 프로젝트’가 침몰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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