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의 역할은 어디까지 였나?
총학생회의 역할은 어디까지 였나?
  • 양한솔 기자
  • 승인 2013.12.09 22:35
  • 호수 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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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서울대총학생회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대학가의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선언 열풍이 불었다. 본교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도 다른 대학 총학생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른 6월 20일 시국선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입장표명으로 흐름을 같이 했다. 당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에 비해 중운위의 이런 의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중운위는 입장표명 글을 게재한지 10일만에 입장표명 전 의견수렴이 없었던 데 대해 사과하고 수사가 올바르게 진행되도록 지켜보면서 학우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행동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중운위의 이런 사과의 배경에는 본교 커뮤니티인 가대인 자유게시판을 중심으로 입장표명문에 대한 불만 과 반대의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에 게재된 입장표명문의 댓글은 대다수가 지지를 표한 반면 가대인 자유게시판에서는 익명을 통해 불만과 반대를 표출하였다. 논란이 되는 것은 총학생회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대론자들은 주로 “내 정치적 의사와 상관없이 나는 시국선언한 가대생이 되버렸다”, “가대총학에게 정치적 의견을 대변할 권리는 주지 않았다”라며 의견수렴조차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지지한다 민주주의의 역행이라 볼 수 있는 사회현실이기에 학생들의 동의를 얻을 문제가 아니다”, “이번 입장표명으로 인해 국정원 사태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며 지지를 표했다.

 
  총학생회는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먼저 총학생회 회칙 제 2조에 나와있는 총학생회의 목적은 ‘회원의 민주적이고 능동적인 자치활동을 통하여 건전한 대학문화 건설과 가톨릭 교육이념에 입각한 사회 정의 구현, 진리탐구를 위한 실천적 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핵심은 사회정의 구현과 진리탐구를 위한 실천적 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있어서 정치문제에 의견을 표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 자체는 가능하다 볼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총학생회는 의결기구를 두고있다. 학생총회, 전학대회, 중운위 등이 그것이다. 회칙에 따르면 각 의결기구의 권위는 학생총회를 최고로 하고(제 17조) 전학대회는 학생총회의 의결, 심의권을 위임 받을 수 있으며( 중운위는 전학대회에서 다루지 않는 안건을 의결 심의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즉, 학생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하고 그 다음이 전학대회 그 다음이 중운위 순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운위의 입장표명은 전학대회에서 다루지 않는 안건이었는가? 전학대회는 최고 의결기구인 학 생총회의 권한을 위임 받을 수 있고 학생총회는 학생전체에 관한 중대사항(제 19조)에 대해 의결하도록 되어있다. 전학대회 역시 학생전체에 관한 중대사항이라는 안건을 다룰 수 있고 중운위는 전학대회가 다루지 않는 안건을 의결, 심의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입장표명이 학생전체에 관한 중대사항이냐는 것에 관해 해석의 여지는 있을 수 있으나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부분이기에 중운위는 학생총회 혹은 전학대회등을 소집하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총투표 혹은 전학대회의 의결이라는 방법으로 이를 진행했어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대로라면 총학생회는 이런 절차를 지키고 의결을 위한 충분한 정보나 토론을 바탕으로 한 공지 및 의견수렴을 위해 힘썼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입장표명문의 댓글에서 밝힌 대로“이 사안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하는 것이기에 대표성을 가지고 총학생회, 각 단대의 학생회장, 총동아리연합회장이 본인들의 위치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함이었습니다”는 총학생회의 대표성으로 자율행동 역시 일견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총학생회의 권한인 대외활동에서의 대표성(37조 6항)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더 많은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더 많은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연속해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까지로는 메일로 의견을 받는 의견수렴의 방안 이외에는 실행된 것이 없고 더 많은 행동 또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가 더 많은 행동을 계획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칙대로라면 학생총회나 전학대회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그 전에 지속적인 내부 여론을 환기시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입장표명 초기 밝혔던 이런 의지와 발언은 2학기 들어 별다른 공지 혹은 행동이 없었고 총학생회의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모순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총학생회의 역할은 원칙적으로 일정부분 명확했고 그들이 표명한 의지와도 일치했다. 총학생회의 과제는 이런 의지를 표현해준 가능성을 어떻게 살려낼 것 인가다. 그리고 이는 다른 대안세력의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총학생회의 손에 달려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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