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제5회 한센병문화상 심사평
2013 제5회 한센병문화상 심사평
  • 최선경 ELP학부대학 교수
  • 승인 2013.12.10 00:04
  • 호수 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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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제5회 한센병문화상

■2013 제5회 한센병문화상 심사평

최선경 ELP학부대학 교수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한센병 문화상은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한센인에 대한 가대인의 애정 어린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응모작 수가 적었다. 행사 기획안 1편과 수필 2편이 전부였다. 작품수가 적어서인지 기대에 부응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학생들의 낮은 관심이 아쉬웠지만 글쓰기라는 쉽지 않은 작업에 도전한 학생들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가작 한 편을 선정하였다.  


  먼저 응모된 세 편 가운데 한센병 행사 기획안은 문화행사에 초점을 둔 기획이어서 눈길을 끌었으나 세부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충실성과 독창성이 떨어졌다. 캐치프레이즈는 “한센병 환자들이 곧 우리의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2013 퀴어문화축제의 캐치프레이즈를 이름만 바꾸는 수준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 것이 문제였고, 행사 기획안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개최의 취지와 목표, 행사의 콘셉트가 불분명한 점이 아쉬웠다. 

 


  응모된 두 편의 수필 가운데 <소록도>는 필자가 소록도를 방문하고 느낀 점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 쓴 일종의 체험기인데 장식적이지 않고 소박한 문장으로 자신의 느낌을 풀어낸 점은 좋았으나 대학생다운 사유의 깊이가 보이지 않고, 소록도에서의 견문이 그저 단순한 개인적 감상에만 머물러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가작으로 선정한 <녹동항에 살던 아이>는 어린 시절, 소록도가 코앞에 보이는 녹동항에 살던 필자가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 간 소록도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글이다. 어린 시절 소록도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소록도 첫 방문 이후 한센인에 대한 연민으로, 소록도에서 근무하게 된 후에는 친근하고 편안한 이웃에 대한 애정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고백하였다. 그들을 그저 타자로만 응시하던 내가, ‘그들’을 ‘우리’로, ‘거기’를 ‘여기’로 느끼게 되면서 얻은 깨달음을 담았다. 편견을 벗어던지고 바라보니 ‘그들도 나와 같았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글쓰기가 일상의 체험으로부터 사유를 길어내는 과정이라면 이 글은 체험의 재구성을 통해 내적 진실에 대한 지각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시간에 쫓긴 듯 성급하게 글을 마무리한 점, 독자들을 흡인하는 감동과 여운의 힘이 약한 점 등은 못내 아쉬웠다. 문장의 정교한 조탁도 필요해 보인다.


  한센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정된 가대한센병문화상이 취지에 맞게 더욱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내년에는 대학생다운 감성과 이성이 숨 쉬는 생명력 있는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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