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제34회 가대문화상-소설 부문 심사평
2013 제34회 가대문화상-소설 부문 심사평
  • 김정 영어영문 교수
  • 승인 2013.12.10 01:06
  • 호수 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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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제34회 가대문화상

■2013 제34회 가대문화상-소설 부문 심사평

김 정
영어영문 교수

 올해는 작년에 비해 출품 편수는 줄었으나 작품의 수준은 고른 편이었다. 응모작을 읽으면서 반가웠던 것은 대체로 모든 작품에서 비문이 줄고 문장력이 제대로 갖추어진 점이었다. 그러나 소재가 현실에서 심하게 유리되거나 균형을 잃은 상상력에 의존한 작품이 더러 있었다.


    모든 글쓰기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경험이 녹아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경험 할 수 없는 우리는 ‘상상력’이라는 자산을 활용해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데 그 상상력이 상상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극적으로 치달아 개연성을 잃게 되면 상상은 망상이 되고 만다. 그렇기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늘 어떻게 그 상상력에 공감적 요소를 담을 수 있는지 고심해야 하는 것이다. 마법을 담은 이야기거나 공상과학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우리와 공감적 상상력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1편의 응모작 중에서 우선 세편을 추렸다. 세 편이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어 재독, 삼독을 했다. ‘허공의 거리’는 현실과 꿈의 거리를 나름대로 잘 재면서 쓴 작품이고 대학생이 겪고 쓰기에 알맞은 소재이긴 하나 비속어가 많았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도 지금 시점에서 서술한다는 전제면 좀 더 정제되고 성숙하게 서술 돼야 함에도 유치하게 묘사되어 작품의 전체 성숙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어린 시절의 꿈과 현재와의 타협이라는 연결 부분을 좀 더 매끄럽게 구사하면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와 그 사이의 커피’는 문장력도 좋고 소재도 신선한데 그 장점을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해 몹시 안타까웠다. 남아메리카의 커피 재배자 후아레스의 갑작스런 등장이 작품의 개연성을 잃게 하고 게다가 느닷없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구성은 글쓴이의 극적 상상력이 우리의 공감적 상상력에 닿지 못한 결과이다. 그런 구성을 다시 생각해보고 얼개를 바꾸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당선작으로 선한 ‘염’은 시신을 염한다는 殮(염)과 불에 탄다는 炎(염)을 염두에 두고 그 염과 이 염 사이의 개연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소녀, 그와 늙은 여자, 비대한 남자를 통해 파편화 되어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그 파편화 됐다는 공통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서로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를 이루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파편화된 삶이라고 해서 제대로 서술하지 않고 파편으로 남겨두어서는 안되고 괄호 안에 처리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작품이 당선작이 된 가장 큰 덕목은 작가가 가져야 할 ‘주의 깊은 관찰자’의 면모가 보이고 무엇보다도 작품 안에서 감정을 이입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스스로 국외자로 남아 독자에게 다리 역할을 하는 점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좀 산만하고 심하게 단락이 끊어지는 감이 있음에도 ‘주의 깊은 관찰자’의 시선과 공감적 상상력이 살아 있음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응모자 모두 한 번의 응모가 글쓰기의 시작과 끝이 아님을 새기고 계속 글쓰기에 매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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