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이 낳은 불안함의 잔상
불확실이 낳은 불안함의 잔상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11.12 11:17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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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 신종인플루엔자를 둘러싼 학내 여론

‘신종 인플루엔자 A(N1H1)’. 신종플루라는 이름이 올 여름 온 지구촌을 들썩였다. 언론 매체들은 호들갑스럽게 이 새로운 독감에 대한 정보들을 양산해냈다. 개강을 앞둔 대학 역시 그 두려운 이름 앞에 떨어야만 했다. 일부 학교에서 보인 휴교조치를 뒤로한 채, 본교는 예정된 9월 1일 개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이른바 ‘신종플루 괴담’과 같은 불분명한 정보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실제로 본교에서 신종플루에 감염 되었거나 감염이 의심되었던 학생들은 자택 격리 조치 후 병이 낫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학교로 복귀하고 있다. 물론 그들로 인해 수십, 수백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전염되는 일은 없었다.

무시무시한 각종 소문들로 전세계인을 비롯한 본교의 학생들까지 두려움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 이젠 그것들 모두 ‘허세였나?’ 싶을 정도가 되었을 정도로 별일 없어 보인다. 평범한 감기 환자도 ‘기피 대상’ 1호 본교 학생들의 불안감은 전에 비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지난날의 잔상 때문인지 미묘한 심리상태가 엿보였다. 김민경(국제학부∙1) 학생은 “국내 환자들이 연달아 사망했을 때 아주 잠시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도 드물고 사망환자의 연령층도 높은데다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로 밝혀져”지금은 별로 걱정이 없다고 했다. 9월 초만 해도 증상이 불분명한 신종플루로 인한 각종 예측들이 언론을 통해 심각하게 보도되었으나 현재의 경우 그런 점들이 어느 정도 해소 된 상황이라 큰 걱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성혁(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3) 학생은 “(언론을 통해 밝혀진대로)계절성 독감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

나 김 학생과 최 학생 모두 옆에 신종플루환자가 있다면 “꺼림칙한 것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혜영(음악∙3) 학생은 “언론보도 덕에 아직도 ‘신종플루 환자’라고 하면 시선이 달라진다”며 “위험하진 않지만 (환자 본인에게는) 좋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보도가 남긴 선입견 때문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아직 걱정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채린(국문∙2) 학생은 “언론보도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손 씻기 같은 것을 (신종플루가 한창일 때에 비해)잘 안하는 것 같다”며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을 밝혔다.

 

불확실한 예상이 큰 두려움을 낳는다

신종플루가 외국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언론은 그것이 한국에 큰 영향을 끼칠 것처럼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우리도 신종플루의 무풍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자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며 외국의 신종플루 의심 사망 환자의 사례와 신종플루의 증상에 대한 각종 예상들을 전해왔다. 이런 언론보도의 변화에 수용자들 역시 같이 움직였다. 신종플루의 불확실성은 다른 불확실을 낳고 그것이 두려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본교 이희경(심리) 교수는 “정체가 불분명하고 예고가 불가했고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두려움이 커졌을 것”이라며 “신종플루 뿐 아니라 예상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모든 것도 마찬가지”라며 “예상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몇 달간의 혼란스러움이 지나갔다. 그때 불안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불안의 불씨가 남아있는 것이 본교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통해 나타났다. 그리고 극심했던 혼란의 잔상은 아직 학생들 심리 속에 존재하고 있다. 예측이 불분명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예상보다 지금의 정보에 한해서 최상의 대비를 준비하는 것이 더 좋은 대책이 될 것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우리 속담이 그것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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