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삶을 상상하라
대안적 삶을 상상하라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11.12 11:46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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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상업화의 대안 가능성, ‘생협’

 

최근 대학 내 상업시설에 대형업체들이 입주하면서 대학 상업화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학 내 상업시설의 존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주체가 대형자본을 등에 업은 업체라는 것이 문제다. 대학 캠퍼스 내에 소형 점포들이 사라지고 패밀리마트, 스타벅스, CGV가 들어서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왜 학내에 대형자본이 들어오는 것이 문제일까? 대형자본의 목적은 더 많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개인이 운영하는 매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형자본은 “끝없는 이익!”을 외친다. 이런 식으로 자본은 이익 이외의 모든 것을 최소화시킨다. 결국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데에 이른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사라지고 학생들이 자본에게 더 많은 돈을 소비하길 바라는 눈빛만 남을 뿐이다.

그러나 생협은 이와 같은 상업화 논쟁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협은 영리추구가 아닌 조합원들의 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한다. 자본이 말살해버린 관계, 즉 생산자와 소비자의 ‘인간화된’ 관계를 복원시킨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다면 소비자는 생산자가 어떻게 그것을 생산했는지 모른다. 그저 상품을 돈 주고 살 뿐이다. 그러나 생협은 관계가 존재한다. 바로 조합원들이 생산자를 선택함으로써 중간과정을 없애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감시를 통해 정직한 생산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복잡한 유통과정을 없앰으로 생산자의 소득보장으로 상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관계 회복은 환경 친화적인 효과를 낳는다. 대형자본은 이익을 위해 환경을 뒷전으로 밀어 넣는다. 그들은 현재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관심만 있을 뿐 지속가능한 이용에는 소극적이다. 이익이 되는 곳에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 농업, 산림 등의 영역마저 블루오션이라 지칭하며 최대의 이윤을 남기려 든다. 그에 반해, 생협은 지속가능한

자원 활용과 그를 위한 친환경적인 상품 생산을 지향한다. 이윤 보다 삶의 질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외국 대형자본이 생산한 농축산물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무분별한 농약과 방부제 사용부터 미국산 쇠고기문제까지 식품 안전성과 함께 환경오염 문제까지 동반한 것들이다. 그러나 생협은 생산자 관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지구에도 좋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생협은 무너졌던 공동체를 회복시킨다.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는 농촌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사회였다.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상부상조를 중시해 도움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들어선 이후 효율과 경쟁을 중시하면서 공동체는 무너졌고 이웃과는 단절되었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혈연∙학연∙지연과 같은 패거리 문화였다. 그러나 생협은 조합원 간의 협동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었다.

대학사회도 마찬가지다. 관계의 단절과 그로 인한 무관심의 결과, 극심한 공동체 해체가 야기됐다. 숨 쉴 수 없을 정도의 경쟁과 그로 인한 고단함은 다른 일에 무관심을 낳는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또 다른 삶의 방식도 분명 존재한다. 기존의 세계관을 뒤집는 ‘소비’가 아닌 ‘연대’, 파괴가 아닌 ‘회복’을 지향하는 생협은 멀지 않은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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