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여유로부터…
관심은 여유로부터…
  • 서지영 기자
  • 승인 2009.11.12 13:25
  • 호수 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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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기
학기 초, 수업을 듣기위해 강의실에 앉아 있는데 자리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로 한 학생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교실에 들어왔다. 그 학생은 꽉 찬 책상으로 인해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 망설이고 있었고, 기자는 덤덤히 책상을 치워 자리 잡는 것을 도왔다.
며칠 후, 기자는 학보배포를 위해 카트에 신문을 가득 채운 후 교수연구동을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몇 대나 놓치고 학교 곳곳에 있는 높은 턱을 지나 목적지에 겨우 도착했다. 그런데 막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턱이 너무 높아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거지?”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할 수 없이 멀리 돌아 교수연구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제서야 기자는 강의실에서 만났던 그 학생의 불편함을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었고, 부끄러움과 씁쓸함을 느꼈다. 그동안 너무‘나’아닌 다른 것에 무관심했던 건 아닌가. 본교에서 열렸던‘학생권리찾기운동’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나와 직접 연결된 일이 아니니까, 현재 중요한건 수업이고 취업준비지.”자신의 삶을 챙기기 급급해 여유가 없어서 일까. 학생들은 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무심히 지나쳐 버렸다. 물론 기자가 일반학생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당장 눈앞의 내 일이 급하고 나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일은 무시하고 학과 공부나 과제를 하기위해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턴가‘합리화의 달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바쁜 삶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 주변사람들에게 조차 관심을 갖지 못한다. 아니, 자신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학점관리’와‘스펙 쌓기’에 급급하고 성공을 위해서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간단한 안부인사와 짧은 공강시간의 점심. 그것이 주변사람들과 가지는 관계의 전부다. 잠시 뒤돌아볼 여유 없이 현실에 끌려 그냥 그런대로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주체가 아닌 삶, 빠름에 삶이 압도되어 긴장으로 가득차 있고 스스로 삶을 즐길 수 없게 되어 버린다.
현실을 바꾸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삶에서 벗어나 하루 만이라도 여유를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나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여유를 말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여유’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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