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20대여, 의식하라!
표류하는 20대여, 의식하라!
  • 이계은
  • 승인 2009.08.25 19:34
  • 호수 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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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대한민국 표류기>> (수다, 2009)

우리의 영혼을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깊고 넓어질 필요가 있다. 단, 깊고 넓어진다는 것과 세상을 내려다보는 그러거나 말거나 무관심은 동음이의어가 아니다. 무한한 애정과 사랑과 지적의 날선 에너지로 우리는 이 세상을 버텨 살아 나가야 한다. 어떻게든. 뜨거움으로 차갑게. 우선 나부터.

그냥 모두 신나게 살면 안 될까요.
-<<대한민국표류기>>, 37쪽-

허지웅은 신랄하다. 이미 <GQ>를 비롯한 여러 잡지를 거쳤고, 블로그를 통해 특유의 허지웅식 사고
관을 확립했다. 그는 자신을 기자, 블로거라고 불러주기를 원하지 않고 이름 그대로, 호명해주길 바란다. 그의 나이 서른 즈음에 출간된 <<대한민국 표류기>>는 언뜻 냉소적이지만, 치열한 경험이 담긴 삶의 흔적이다. 허지웅의 남다른 가치는 다른 게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해서다.
허지웅이 단언한 대로 세상은 ‘있는 힘껏’ 부조리하다. <<대한민국표류기>>는 그 부조리한 세상에서 누구보다 치열한 20대를 보낸 저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치열함은 이미 대부분이 그러하듯 물질적인 안위를 위한 치열함이 아니며, 삶이 던져주는 고민을 통해 삶의 방향감각을 형성한 자의 기록이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삶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표류기’란 제목은 '현실'이라는 시스템에서 대세가 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대다수 20대들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는다. 20대가 처한 현실을 유머와 진중함으로 풀어내어, 객관화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산다는 것’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저자의 문제인식에, 관성적으로 생각해온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허지웅은‘질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것은 다시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세상과의 관계맺기를 타자의 가치를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재테크에 미쳐라>>, <<7막 7장>>, <<시크릿>> 따위의 책은 무한경쟁의 노예로 전락시키려는 자본주의자들의 음모다. 그 책을 그만 덮고, 현실의 부조리에서 ‘독립’해야 한다. 허지웅이 말하는 독립이란 “타자로부터 강요된 나를 가장하길 거부하고, 진짜 나를 찾아 충실해지는 것”, 바로 의식 혁명이다.

허지웅은 좋은 사람이다. 날 때부터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서 좋은 사람이다. <<대한민국 표류기>>의 글자 하나 하나는 저자 스스로 ‘좋은사람’이 되기 위해 써내려온 치열한 몸짓이다. 그 몸짓이 부디 20대 의식의 저변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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