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법이라면 나도 연행하라
이게 법이라면 나도 연행하라
  • 배도현 기자
  • 승인 2014.08.08 17:23
  • 호수 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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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토) 보신각 앞에서 경찰과 시민이 대치중이다

지난 18일(일) 밤, 광화문사거리 주변에서 세월호 추모행진에 참여한 시민 100여 명이 연행됐다. 미신고집회, 도로 통행 방해 등이 강제 연행의 이유다. 앞선 17일(토)에도 100여 명이 연행됐다. 대통령이 유가족 대표들과의 대화 후 맞이한 첫 주말에 일어난 일이다. 무리하게 연행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일어난 성추행, 연행 후 존재했던 성적 수치심 논란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법률적 한계
무리하게 연행하는 과정은 ‘토끼몰이’식 이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주최한 경희대 용혜인(정치외교·4) 학생은 “저희를 가두다가 갑자기 길을 터주 길래 시민들은 경찰들이 빠진 길로 따라갔던 것이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니 광화문 광장과 건너편 인도 이렇게 두 군데로 나눠졌고, 시간이 지난 후 연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일)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집에 가려는 사람들마저 무리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실제 길을 걷다가 당시 시위 상황을 보고 흥분해 잠시 언성을 높였다가 연행된 시민도 존재했다. 해산하려는 시민들도 연행 당했다. 이에 노동당 윤현식 대변인은 “경찰이 길, 통로를 막아 교통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방해하고 있는데, 이렇게 막힌 교통을 시위대 책임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경찰에게 막혀서 집에 못 간 시민들이 많은데, 이는 시민의 교통권 방해가 아닌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법원에서 가장 적용받기 쉬운 죄목이 일반 도로 교통 방해다. 경찰에 밀려 도로에 있는 상황에서 연행이 되는 순간, 도로에서 잡혔기 때문에 도로교통을 방해한 것이 된다. 도로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도로교통방해로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경찰의 임무는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호를 하고 집회가 방해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임무이자 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원칙이자 경찰의 의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연행 전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불법집회라고 판단한 것을 두고 대법원 판결을 위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변인은 “집회가 신고 된 범위 이상으로 과도하게 진행되거나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하며, 폭력 등의 행위로 변질될 때는 인도에 있더라도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고 법적으로 해산시킬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난 18일(일) 같은 경우, 어떠한 폭력이나 공공성을 위반할 수 있는 소지가 없었다” 고 전했다.

실제 2011년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경찰 사전 금지 또는 제한된 집회라고 하더라도 실제 이루어진 집회가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평화롭게 개최되거나 집회 규모를 축소하여 이루어지는 등 타인의 법익 침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이에 대한 해산을 명하고 이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명시돼 있다. 참고로 지난 18일(일) ‘가만히 있으라’는 동화 면세점 앞에서 집회신고까지 했으며 평화적으로 행진했음에도 그곳에서 4명이 연행됐다.

헌법상의 보장되는 시위가 신고제이지만 실질적으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법률적 한계도 드러났다. 집시법 제 12조를 보면 교통 소통을 위하여 집회를 제한 및 금지할 수 있다. 12조 1항에 따르면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윤 대변인은 “집시법 시행령에 주요도로를 지정했는데 집회 시 도로가 막힐 우려가 있으면 허가를 안 내줄 수도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 있는 모든 도로, 전국의 주요도로는 다 포함됐다. 현재 법 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무조건 막을 수 있는 구조”라며 비판했다. 실제 만민공동회를 광화문,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등에서 집회하겠다는 신고를 했지만 10군데 모두 ‘반려’됐다. 윤 대변인은 “‘반려’됐는데 사실상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기에 법률 그대로 주요한 도로라며 반려한다. 반려된 공간에 집회를 할 경우 불법이 된다. 이런 식으로 불법을 늘려나간다”고 말했다.

경찰의 집무집행 과정에서 인권보호는 의무
무리한 연행으로 인해 여성의 성적 수치심, 우발적 성추행이 보호받지 못한 점 역시 끊임없이 문제제기 되고 있다. 여성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었음에도 남자 경찰들이 달려들었고, 여성들의 항의는 ‘야, 그냥 잡아’라는 경찰의 말로 무시당했다. 그 과정에서 짧은 바지를 입고 있던 여성에 남성의 손이 들어갔다거나, 치마가 허리까지 말려 올라가기도 했다. 본교 이가현(법학·3) 학생은 연행되는 과정에서 남자 경찰에 의해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팔꿈치로 가슴을 두세 번 건드리기에, ‘하지 말라’고 항의했으나 손이 가슴으로 올라왔다. 이에 소리쳤으나 그 경찰관은 힐끔 쳐다보고 무리 안으로 숨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경찰들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여성들을 손으로 밀면서 신체를 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는 용혜인 학생이 전했다. 세월호 추모 집회 참가자를 강제 연행한 경찰을 고소·고발과 동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한 노동당 윤현식 대변인은 “경찰이 했든 누가했든 범죄다. 피해자에게 얼마나 치유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이야기해야한다. 경찰이 집무집행 과정에서 인권보호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본교 서지영(국어국문·수료) 학생 역시 동대문경찰서에서 성적 수치감을 느꼈다. 1차 조사가 끝난 뒤 와이어로 인한 자해 및 자살방지의 이유로 상의 속옷 탈의를 강요받았다. 2013년 5월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속옷 탈의 조처는 위법 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행위인 것이다. 서지영 학생은 “수차례의 면회와 2차 조사 시 상의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남자 조사관들이 많은 사무실에서 조사받았다”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로 과도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를 통해 지난 24일(토) 동대문경찰서장은 경찰서 공식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에 서지영 학생은 “사과문을 보니 동대문경찰서장은 한 여경의 단순 실수로 보는 것 같다. 여경은 속옷 탈의 요청이라고 했는데 안 벗으면 안 된다고 여러 번 요구받았는데, 이게 과연 요청인가”며 “사과문을 피해당사자가 직접 찾아봐야 한다면 이게 진정한 사과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사과문에 불과하다. 피해 당사자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바라며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사건을 엄중히 다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곳에서 조사받았던 이가현 학생은 지난 25일(일) 이미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를 써 공론화 시켰다. 이 학생은 “피해자가 찾아봐야하는 사과가 진정 사과가 맞는 건지 의문이다”며 “사과문은 면피용이라 생각하며, 언제든 이런 문제는 재발할 수 있다고 본다. 법적 대응, 기자회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는 경찰이 위법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것이다”며 비판했다. 윤 대변인 역시 “소송 들어가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넣되, 언론사, 인권단체 등에 알려 여론화 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며 “변호인단 구성은 마쳤고 소송을 하고, 경찰에게 항의 하겠다는 판단만 있으면 무리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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