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59주년을 맞은 가톨릭대학교의 과제
개교 159주년을 맞은 가톨릭대학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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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08 17:37
  • 호수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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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 제작하여 배포한 달력에는 개교기념일이 5월 25일로 표기되어 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다음 학기로 미뤄졌지만, 통상 5월 25일이 끼어있는 주에는 학교축제를 열어왔다. 여기에는 대학생들의 젊은 열기를 마음껏 발산하라는 배려도 있겠지만,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와 관계있는 사람들 모두 가톨릭대학교가 세워진 날짜를 기억하고 축하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가톨릭대학교의 개교기념일이 명확하게 자리를 잡아 운영되고 있다고 단언하기가 어렵다. 신학교 설립을 기준으로 하는 가톨릭대학교 개교기념일은 올해 공식적으로 159주년이다. 하지만 1954년 증설되어 출발한 성의교정에서는 60주년을 맞아 올해 '의과대학·간호대학 개교 6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성심교정은 개교 159주년을 기념하면서 부수적으로 전신인 성심여자대학교가 설립된 1964년을 기준으로 5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개교기념일뿐만 아니다. 1995년 3월에 대학이 통합되었으나 현재까지 가톨릭대학교는 총동문회를 구성하지 못한 채 교정별로 각각의 동문회가 구성되어 병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학사운영에 있어서도 통합 가톨릭대학교라고 명명하기가 어색할 정도로 교정별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신, 성심, 성의 교정의 개별적인 역사와 특성을 무시하고 지워버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각 교정의 개별적인 특성 자체도 각별하고 소중하기에 당연히 존중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선인들이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에 입각하여 저마다의 처지와 개성을 도달했던 것처럼, 가톨릭대학교라는 큰 틀을 지향하는 가운데 세 교정의 역사와 개별성이 의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하리라는 것이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세 교정이 하나가 되어 함께 진행하는 행사로는 5월 '세 교정 등반대회', 11월 '세 교정 친교의 날'이 있다.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애초 의도에 내실을 기하기에는 미흡하고 다소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톨릭대학교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학교료 통합되기 위해서는 보다 발본적인 차원에서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가톨릭대학교의 교육이념에 보다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외부 여건에 따라 건학이념을 흐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각 교정뿐 아니라 전공단위에서까지 각자도생(各自圖生)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무, 학사, 입학, 연구 등 학교 운영 전반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통합 구조와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일상적 학교 운영에서의 차별도 없어져야 한다. 가령 같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교직원이나 학생들의 소속 교정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것은 통합 정신에 부합하기 어렵다.

가톨릭대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들은 각 교정에 따라 '가톨릭대학교'를 각기 다른 개념으로 사고하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대학교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도 이러한 내적인 인식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이는 분명 학교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불합리한 규정을 통하여 무리하게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가령 성심교정 재학생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총학생회의 위상을 갖는다는 가톨릭대학교 총학생회 총칙은 불합리하게 다가온다. 세 교정의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제는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올해 개교 159주년을 맞은 가톨릭대학교의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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