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의 대개조를 바란다
가톨릭대학교의 대개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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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0 23:40
  • 호수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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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지 본교는 국내 7위권 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매우 과감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사회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자괴감에 외부로도 공표하지 못한 내부 결속용 슬로건에 불과했지만 우리들 스스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다. 이러한 비전이 몽상이 아닌 진정 도전하기 위한 목표로 승화되길 바란다면 이제는 가톨릭대의 대개조를 추진해야 한다.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가톨릭 정신에 부합하는 교육과 연구를 위한 구조적 근간을 제대로 실현해 왔는가를 점검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크게 변화해야 한다. 가톨릭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구성원들 중 이러한 변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인 경우가 많다. 우리 스스로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음에도 이들이 이렇게 냉소적인 것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이제는 과감한 변신이 요구되는 시점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 간 진지한 논쟁을 통해 중론을 모아야 한다.

첫째, 교명 변경이다. 대학의 명칭에 특정 종교명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사회 통념 상 매우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종합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득보다 실이 많다. 여러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의 경험에 의하면 이들의 지인들은 가톨릭대에는 신학과나 의학과만 있는 것으로 대부분 오해한다고 한다. 전국의 여러 가톨릭계 대학들과 비교하여 사회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한다. 일부 학과를 제외한 다른 학문분야들에서 국내·외의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는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은 정치, 자본, 종교 등 그 무엇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 교육과 연구에서 가톨릭 정신을 지속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우리의 강점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둘째, 총장 선출방식의 변경이다. 현재와 같은 임명제 하에는 총장이 가톨릭대의 도약과 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 임명직 총장은 세 교정의 구성원들에게 대학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급변하는 대학 환경 하에서 가톨릭대의 미래지향적 발전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구성원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내·외부를 불문하고 역량 있는 인사가 총장에 선임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적극적인 구조 개혁과 운영방식의 혁신이다. 교수들마다 입장이 다양하지만 대학 구조 개혁은 재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시대에 제시된 중차대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과거를 탓하고 정부를 탓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주어진 현실이라면 이에 적극 대응하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다른 논의과정들에서 그랬듯이 구조 개혁 문제도 구체적인 모습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이 완성되지 못해 그런 것이라면 더욱 개탄스럽다. 이는 다른 대학들과 비교해 보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투명한 논의구조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건설적인 의견을 모아 대학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가톨릭대가 현재의 모습에 만족할 수 있다면 대개조나 혁신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대의 발전을 모두가 희구하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은 문명 이러한 요구와 화합하기 어렵다. 본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부수적이고 단편적인 변화가 아닌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처방이 요구된다. 이것이 이제는 가톨릭대가 대개조의 길로 나아가야 할 이유이다. 본질의 변화 없는 부분적인 변화는 갈등만을 심화시킬 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톨릭대의 갈 길은 멀지만 그 길은 반드시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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