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제가 취업준비생이 됐어요
덕분에 제가 취업준비생이 됐어요
  • 황겨레 기자
  • 승인 2014.09.21 20:02
  • 호수 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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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 만평기자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는 지난달 26일(화) YTN뉴스 조간브리핑에서 처음 등장했다. 다음날 조선일보를 비롯한 타 언론사에서 ‘스튜던트 푸어’에 관한 기사를 연달아 보도했다. 스튜던트 푸어가 사회적인 이슈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지금까지의 기사는 ‘기업의 변화가 해결방안'이라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 이에 본 학보는 '대학학보'로서 '스튜던트 푸어'를 직접 다루어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사회가 지향할 방향을 짚어보기로 했다.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 :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취업 준비 비용, 학자금 등의 지출이 늘어나 빈곤의 늪에 빠진 세대를 말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정승 박사 인용)

변화한 노동시장 변화 못한 사회인식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고등교육기관 취업률은 59.5%이다. 2013 OECD 평균 취업률이 65% 수준인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취업률은 결코 높지 않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본교 학생 취업 지원처 산학협력중점 조형래 교원은 스튜던트 푸어의 문제를 '구직기간의 장기화'라는 초점으로 바라봤다. 그 장기화의 배경에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변화함에도 여전히 '평생직장',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한국사회의 정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형래 교원은 "파견직 계약직과 같은 구조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의 노동구조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일본은 경재난이 오랫동안 지속 되어서 청년들이 다양화된 직업 구조를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형래 교원의 말에 따르면 한국 사회 내 학생들은 비정규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수는 총 665,057명이다. 그리고 2013년 고등교육기관 취업률은 59.5%이다. 60%에 살짝 못 미치는 취업률은 이웃나라 일본의 취업률인 68%에 비교해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 교원은 이러한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비교하며 "일본은 분명 노동의 질은 좋지 않지만 취업률이 높다. 이는 사회가 변화한 구조에 적응을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일본은 다양화된 직업구조에 대해서 사회가 인정하는 분위기에 가깝지만 한국은 아직 직업구조의 변화가 초기단계여서 가치관이 아직 덜 변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경쟁률은 높아만 가고..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각종 통계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희의 <2013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대졸 신입사원 취업 경쟁률은 평균 28.6대 1이였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경쟁률을 비교해보면 대기업은 31.3대 1로 2008년에 비해 3.3%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6대 1에 2008년이 비해서 28.6%가 감소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상당수 대기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의 추세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전기공사는 2014상반기 경쟁률은 132대 1이고 이 수치는 매년 두 배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조형래 교원에 따르면 위와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대학생들이 희망하는 분야의 구직과 채용 규모의 불일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원은 "인문계열에서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경영이다"라고 전하며 "경영에 속하는 인사, 재무, 회계, 마케팅 중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리가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채용인원이 적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실제 그러한 분야를 원하는 대다수의 기업은 대기업인데 그 수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학생들이 변화하는 노동구조에 대한 대안이 '안정된 직장'이라는 생각만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구조상 '좋은 일자리'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조 교원은 "이제는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는 시대이다. 과거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준비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일자리는 한 번에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직장은 일을 하는 곳으로 본래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기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밝히며 취업준비생들의 인식 변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발적으로 푸어가 되어야만 하는 역설
조선일보에서 인용한 스펙을 쌓기 위해 드는 비용은 평균 4269만원(출처 청년유니온)이다. 이러한 거금의 돈을 모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학생은 한정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학생 계층에서 빈곤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장학재단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 사회진출 대기자의 11%가 빈곤층에 해당한다. 총 34만 명으로 이들은 사회에 진출을 하더라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간은 취직을 위해 투자한 시간만큼 증가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는 기회비용을 굳이 지불해서까지 취업난에 합류할까? 본교 취업 지원팀에서 상담을 받은 A는 "졸업 후에 취업 또는 창업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을 살펴봤을 때, 창업은 사회 경험이 없고 대출금으로 가득한 졸업생들이 도전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에 취업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학교-졸업-취업이 당연한 코스로 여겨지고 잠깐이라도 이탈할 시 ‘왜?’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고 전하며 저절로 취업난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경력을 쌓는 것은 어떻냐는 질문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을 꿈꾸는 경우에도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 준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스펙은 이제 경험이다', '기업에서는 조직을 경험한 학생을 원한다'고 대다수의 취업상담실에서는 인턴 경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더불어 경력을 쌓아 올라가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은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 중견기업 인턴을 했다. 그러나 업무범위가 너무나도 넓고 직원들은 항상 고단해한다. 수당 없는 야근을 매일 했고, 여유 없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말하며 “‘작은 곳에서도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할 것이다’라는 기대와는 달리 쏟아지는 업무와 적은 급여에 또 다시 대기업을 꿈꾸게 된다"고 실제 대학생들의 처지를 토로했다. 그러면서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말이 ‘눈을 낮춰라’이다"라고 역설했다.

대학생 정책에 대학생이 없어
정부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꾸준히 근시안적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조형래 교원은 정부의 저금리 대출에 대해서 "저금리를 통해서 학생들이 이자를 덜 물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여러 정책 수립이 사실상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밝혔다. 스펙 초월 경진대회와 같은 것은 오히려 구직자들에게 이중고가 된다고 예를 들며 "스토리 채용 형이라는 것은 스펙쌓기 힘든 대학생들에게 스토리까지 만들게 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정부가 고용시장에 개입해서 어느 정도 조정하려고 하지만 너무 미약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A는 스튜던트 푸어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취업을 위해 필요한 스펙들은 많은데 돈을 내면 조금 더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다. 무료 특강 같은 기회가 있어서 참여해 본 적이 있는데 유료 강의보다 질이 떨어진다"라고 전하며 취업 준비를 위해 많은 돈이 지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기에 학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A는 "본교 LINC사업단을 통해 중견기업에서 인턴도 했고 취업지원팀에서 준비했던 각종 취업행사들에 참여하여 도움을 받았다"고 전하며" “자기소개서 특강, 채용동향 등의 행사를 지원해주지만 캠퍼스 리쿠르팅, 기업 채용설명회, 대기업 인턴 등의 대규모 행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실제로 적용할 수 있고 와 닿을 수 있는 정보와 정책을 원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스튜던트 푸어는 그렇게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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