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우체국이 폐국되었답니다
가톨릭대 우체국이 폐국되었답니다
  • 황겨레 기자
  • 승인 2014.09.29 22:35
  • 호수 2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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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사라진 본교 우체국

▲ 7월 1일(화)에 폐국된 니콜스관 1층 우체국에 자물쇠가 굳게 걸려있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의 '대학 구내 우체국 합리화 정책'은 올해 4월 초부터 시작됐다. 사유는 우본의 우편 수지 개선이다. 이번 합리화 정책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116개 대학 우체국 중 102개국이 폐국 됐다. 폐국 되지 않은 나머지 대학은 2~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서 폐국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학교 내의 수요를 고려한 우본의 대처이다. 이번 우본의 '대학 구내 우체국 합리화' 정책에 대해서 본교 총무팀 김진수 대리는 "구조 조정안은 우본의 재정 상황에 있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우체국 폐국 소식을 접한 대학에서는 일방적인 우본의 경영 방침에 반발이 있었다. 이에 우본은 대학에서 원한다면 우편취급국 설치를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실제로 전남대 우체국의 경우에는 6등급 이하로 분류되어 폐국 대상이 되었었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회의 노력으로 우체국을 우편취급국으로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전남대 윤석 부총학생회장은 학교 안에서 우체국에 대한 필요성이 컸다고 밝히며 "학생 수만 2만 명이다. 대학원생, 교직원까지 합치면 3만 명 가까이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체국 폐국에 반대했고 정 안된다면 우편취급국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전남대는 학생회, 학교 그리고 우본 간의 타협을 통해 우편취급국이 설립된 상태이다. 동시에 학교에서 자칫 떠안게 될 수 있었던 재정적인 문제도 해결됐다. ‘신용협동조합’에서 우편취급국 운영을 맡아 학교에서 경영 적자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편취급국 : 우체국과는 다르게 금융업무를 제외한 우편업무만을 취급하는 곳이다.

가톨릭대 현황
7월 1일자로 본교 우체국이 폐국됐다. 이에 따라 학교 구성원들은 우편업무를 위해 역곡동 우체국까지 직접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당장 학생들과 학교 직원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총무팀 김진수 대리는 “총무팀에서 우체국 폐국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총무팀은 우본의 일괄적인 우체국 폐국에 대한 대안으로 3가지를 제시했었다. 첫 번째는 우편담당자를 학교에 배치하여 모아둔 우편물을 근처 우체국에서 수거해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편취급국의 설치이다. 마지막은 무인우편기기 설치이다.

두 번째 방안은 총무팀에서 부정적 이었다. 우편취급국은 본교와 같은 중소대학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 문제에 있어서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우편취급국은 우편 직원 3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편취급국을 설치할 때 시설부터 기본자재까지 모든 비용을 학교에서 지원해야 한다. 재정적인 한계 때문에 전체적으로 복지를 줄여나가는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총무팀 입장이다.  

우체국 폐국의 대안으로 무인 우편 시스템도 고려되었다. 하지만 총무팀에 따르면 부천 우체국이 무인 우편 기기를 구매할 만큼 사정이 좋지 못하다고 전했다. 경인 우체국의 한 관계자도 "올해 시범국의 운영과 실태와 평가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세울 것이다"라고 전하며 "대학의 경우에도 내년 중장기 계획에 포함되지만 올해 시범국에 대한 고객의 평가가 관건이다"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대학 내에 무인 우편기기가 설치될 수 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우정연구소의 <무인택배 시장현황 및 우체국 무인우편보관함 발전 방향>에서도 "민간 경쟁사들도 무인택배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라고 전하며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 가지 방안 중에서 본교의 실정에 가장 알맞은 대안은 첫 번째 대안이었다. 본교의 우편물은 학생 우편보다 행정업무 우편이 훨씬 많은 편이다. 또한 꾸준히 우편 수요가 있기 보다는 시기에 따라 집중된다. 우편물의 대부분은 행정업무를 위한 우편물이고 학기가 시작할 때 등록금에서와 같이 전체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내는 우편들이다. 한편 학생 우편은 전체 우편량의 10%도 되지 않는다. 주로 군사우편이나 기숙사생들의 소포 등이다. 따라서 첫 번째 대안인 우편업무가 급증하는 시기에 근처 우체국에서 우편업무를 대행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었다는 것이 총무팀의 주장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첫 번째 방안이 선택된 상태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총‘학생’회
가대 총학생회 '어깨동무'의 반응은 우체국 폐국에 대해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총학생회의 대처는 이번 우체국 폐국에 대한 내용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지를 올린 것으로 끝났다. 학교 공지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지는 우체국 폐국에 대한 내용과 함께 사유와 폐국 일시 뿐이었다. 총학생회에서 학교와 같이 우체국 폐국에 대해 발표한 공식입장은 없느냐에 대한 질문에 총학생회 이원석(국제관계·4)회장은 학교에서 쫓아낸 것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우정사업본부에서 일괄 철수한 것으로 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성명을 낼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라고 말을 흐렸다.

총학생회의 모습은 다른 대학과 크게 비교되는 상황이다. 전남대 총학생회와 같이 적극적으로 폐국에 반대하고 학교와 협의를 시도해봤다면 학교 안에서 우편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행정팀에서 제시한 대안 중 하나라도 학교에서 채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생의 복지를 약속해야 하는 가톨릭대 학생회는 우체국 폐국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다고 밖에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한편 총학은 6월이 되어서야 학교로부터 우체국 폐국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 소식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었다고한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정보를 학교로부터 듣지 못한 것이다. 4월 중에 대학 구내 우체국 합리화 정책이 공고된 것을 고려한다면 학교에서는 한참 뒤에 학생회에 알려준 것이다.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본교는 최종적으로 첫 번째 방안을 선택한 상황이다. 아쉬운 것은 학생들이 더 이상 교내에서 우편업무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우체통이 니콜스관에 남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소포를 보낼 일이 있는 학생들은 여전히 불편함이 남게 된다. 교내 우편물의 대다수가 행정 부서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과 교수 그 외의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경인 우정사업본부에 추가 취재했다.

경인 우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에서 일괄적으로 대학 내 우체국을 폐국한 것은 맞지만 우편취급국을 설치하는 것은 대학의 자유"라고 밝혔다. 우체국은 없어져도 학교에서 원한다면 우편취급국 설치로 우편업무만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본교는 자발적으로 교내 우편업무 시설을 없앤 것이다.

학교에서는 우편취급국 설치의 경우 비용적인 문제가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인 우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가톨릭대의 경우 한달 평균 우편물 취급 수수료가 270만 원"이라고 밝히며 "우편취급국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우편 사무) 국장 한 분의 인건비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고 하였다. 시설 설치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총무팀 김진수 대리에 따르면 우편취급국 전환시 시설비가 들어간다고 했었다. 하지만 우본에 알아본 결과 우체국의 기존 설비는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추가로 들어간다면 에어컨을 우본에서 수거해가면 그때 그 대체품을 구하는 정도이다"라고 했다. 본교 익명의 한 교수는 재정적인 문제는 충분히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고 하며 "우본의 경우 시대가 변화해 감에 따라 지금 있는 우편취급국보다 더 작은 개념의 우편사무업소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인건비의 경우 직원들의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방법과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총무팀에서 우편취급국은 설치 기준에 어긋나서 우편취급국 설치는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실제 '우편취급국 설치 기준은 기존 우체국 또는 우편취급국과 직선거리(지도상) 1km 이상'이다. 하지만 경인 우체국 관계자의 따르면 이번 '대학 구내 우체국 합리화' 정책으로 갑작스럽게 대학 내에 우체국이 없어질 경우 교내 학생 및 교직원의 불편함이 예상되기에 학교에서 원한다면 자체적으로 우편취급국을 설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즉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었다.

우리도 가톨릭대 구성원이다
본교 익명의 교수는 "나는 우체국 폐국에 대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하며 "나중에 학교 공문을 보고서야 제대로 알았다"고 밝혔다. 학생회도 비슷하다. 이원석 회장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6월 중에 우체국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 제대로 알게 된 것은 학교에서 공문이 내려왔을 때였다"고 말했다.

4월 초에 학교로 우본이 교내 우체국 폐국 공문이 내려왔을 때 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우체국 폐국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총무팀을 중심으로 시설팀, VOS팀, 전략기획팀, 종합행정지원팀이 모여서 학교 우체국 폐국에 대한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들 각 기관은 모두 우체국을 주로 이용하는 교내 행정부서로 교내에 우편 기능만은 반드시 남겨놓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우편사무업자를 교내에 두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본교 익명의 교수는 이러한 학교의 일처리는 절차적 원칙을 분명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체국은 행정팀만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며 "우체국 업무가 보편적 서비스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교내에 있는 우체국 이용자들과 대화를 시도해보고자 시도라도 해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학교의 우체국이 있다는 것은 Identity와 같은 것"이라고 하며 "가톨릭대에서 온 우편인데 역곡동 우체국에서 온 것과 가톨릭대 우체국에서 발송된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수는 "우본과 학교도 이용자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이러한 사정이 있으니 이렇게 해야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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