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도 두들겨보고 참여하자
대학축제도 두들겨보고 참여하자
  • 황겨레 기자
  • 승인 2014.10.01 01:19
  • 호수 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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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_이지원 만평기자

대학생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새롭고 창의적이며 개성적이다. 그에 반해 대학생의 축제 문화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술'과 '연예인 공연'에 치우쳐 과거 축제들과 비교해봤을 때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 학보는 제자리걸음 중인 대학 축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초점을 좁혀 본교의 축제도 한번 짚어보기로 했다.

왜? 돈은 없고 시대는 변했고
한국 대학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주요 국립대들의 행사 비용으로 쓰인 비용은 1억 1641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몇몇 대학은 연예인을 불러 모으는데 급급해서 정작 행사에 중심이 되어야 할 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상대학교에서 축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들인 동아리 혹은 학생활동에는 전체 운영비의 1/10밖에 안되는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고 해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위와 같은 사례는 다소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실제 동아리나 학생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대다수의 주최자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익명의 동아리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서 회비를 거두는 것은 이제 일상적이다"라고 밝히며 "회비를 거두는 것은 당연시되고 있다. 하지만 취미생활을 위해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희생하는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사회의 변화가 더 이상 축제가 발전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본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임학순 교수는 "대학 축제에는 대학 공동체의 문화의식(ritual)이 있다"고 말하며 구체적으로 "대학문화, 대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즉 최근의 대학 축제 문화는 학생들의 현 문화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극과 유흥이 축제의 전부 또는 핵심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축제 참여 학생들과 인터뷰한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은 축제를 떠올릴 때 "연예인과 주점 "을 가장 많이 기억했고 익명의 여학생은 24일 축제 당일 "주점이 전부 이렇게 꽉 찬 것을 보면 주점이 결코 많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하여 주점에 학생의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가톨릭대는..
본교는 본래 예정되어 있던 1학기 축제가 세월호 사고로 인해 2학기로 미뤄졌었다. 그래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총동아리연합(이하 총동연)이 각각 1, 2학기에 나눠서 진행해야 될 축제가 2학기에 함께 하게 됐던 것이다. 2번으로 나누어져 있던 축제가 1번으로 합쳐져서 동아리는 작년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재정적인 면에서는 축제를 준비하는데 있어서는 부담이 줄어들었다.

총동연 김찬영(의류·3) 부회장은 가톨릭대 총동연의 학칙 제4장 48조 3항 '동아리 지원 : 동아리 지원금은 차등 분배를 원칙으로 처음 본회 재정의 최소 45% 이상으로 한다'는 원칙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1, 2학기에 동아리 지원금이 6만 원, 그다음 축제 지원금이 3만 원. 총 15만 원을 받게 되는데 정 동아리 41개에 지급하면 총동연은 650만 원의 지출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1400여만 원의 예산을 지급받았는데 45% 정도 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본교의 경우, 학칙에 근거해 동아리에게 부여해야 하는 최소 지원액이 존재해서 동아리 활동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김 부회장은 동아리에서 지원금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동아리에서 직접적으로 그러한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 밝혔다.

축제는 전체적으로 주점보다는 동아리 혹은 단대의 특성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엿 보였다. 인문과학예능대(이하 인예대)의 경우에는 매년 진행하고 있는 가요제를 올해도 성황리에 마쳤고 이공대도 사이버 리그를 개최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단대 행사뿐만 아니라 부스도 가지각색이었다. 총학 이서영(종교·4) 부총학생회장은 "개인적으로 노점에서 운영하고 싶은 분까지 모두 신청을 받았다"고 하며 "각자 원하는 노점 방향 모두 적극 수렴했다"라고 다양한 부스가 등장할 수 있던 배경을 설명했다.

가톨릭대 축제의 모습은 최근의 대학 축제 문화의 우려와는 달리 큰 문젯거리 없이 진행되었다. 단순 연예인 행사와 술 파티로 전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예인 공연도 물론 존재했으나 인예대 가요제나 개별 밴드 동아리의 공연도 축제 기간 내내 적절히 병행이 되어서 학생들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주점 또한 수가 적절했다. 주점이 전체 부스의 39%만을 차지했다. 전체 동아리 부스 34개 중에서 주점이 열린 곳은 15개였고 기타 부스 중에서는 19개 중에 1개만을 제외하고 주점이 열리지 않았다. 주로 단대에서 주점을 많이 열었는데, 주로 저녁때 공연 시간에 맞춰 주점이 운영이 되었고 중앙무대에서만 이루어져서 큰 문제가 없었다.

그 외, 타 대학에서 논란이 되었던 선정성이 우려되는 홍보 문구나 옷차림은 전혀 없었다. 또 이서영 부총학생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보다 개선된 점은 안전 문제에 집중한 점이다"라고 밝힌 바가 있었는데 실제 본교 축제 기간 동안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되었다.

앞으로 축제가 가야할 길
대학 축제가 점차 유흥 문화에만 빠지고 있다는 지적은 대학 학보뿐만 아니라 기성 언론을 통해서도 몇 년째 계속됐다. 그러나 그 유흥문화의 부작용은 여전히 대학가에 머무르고 있다. 선정성 때문에 지적을 받았던 숙대에서는 자체적인 자정을 위해 축제 규칙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국민대에서 또한 취객들에 의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본교 임 교수는 유흥 위주의 축제에 대해서 "축제에서 즐겁고 유쾌한 프로그램은 필요하다"라고 하면서도 "연예인 공연과 술이 진정 대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동인일까?"라고 되물었다. 다시 말해 축제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고 대학 공동체의 문화의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더 나아가 "축제를 통해 무뎌진 일상의 무감각을 깨우고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대학생의 다양한 시선이 축제를 통해 표출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지적한 대학 사회가 유흥문화라는 늪에 빠진 원인은 다름 아닌 대학생들 자신의 책임이 컸다. 임 교수는 "축제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대학생이 누구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대학생들의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 구체적으로 교수는 "대학생들이 무엇을 아파하고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 관행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늘 대학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탐색해야 한다"라며 축제의 형식보다는 그 본질에 대해 대학생들이 고민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대학들은 최근 변화의 모습이 나타났다. 대학 축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던 것 중 하나인 ‘축제=술’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시립대 전체 학생총회에서는 '무알코올 대동제'가 안건으로 제시되었었다. 또 이화여대는 축제 내내 절주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대학가에서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톨릭대의 축제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임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하여 "축제의 형식에 집착할 때, 대학 축제는 ‘프로그램의 나열’에 그치고, 시대의 정신을 담아낼 수 없다. 축제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탐색과 고민이 있을 때, 축제는 가톨릭대학의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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