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인격을 대변하는 얼굴이다
언어는 인격을 대변하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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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5 19:20
  • 호수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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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이자 한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얼굴이다. 이는 역사와 문화를 존속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책임과 의무가 대학 구성원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학문의 전당에서 언어생활의 현주소를 되짚어 볼 필요성을 제기해 준다.

인력선발업체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들의 국어사용능력이 외국어사용능력보다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일간지에서도 대학생들의 국어사용능력이 매우 심각하다는 기사를 게재한 적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이다. 대학사회에서 국어사용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소통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소통의 불편함은 지식을 공유하는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교수신문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교수들의 18.8%가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대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은어들 가운데 50%가량을 교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은어 또는 속어의 사용이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통의 질적 부재가 상아탑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대학사회에서 중요시되는 과제물 보고서나 시험 답안을 작성할 때 학생들의 은어와 속어가 자주 언급된다거나, 학생들의 토론문화와 대화 속에 욕설, 외래어 및 부정확한 표현들이 혼재해 있다면 이는 분명 잘못이다.

인터넷 언어를 포함하는 은어의 사용이 유행을 선도하는 신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서도 안 될 것이다. 여과 없이 문자메시지를 학교구성원들에게 전송하고 보고서 속에서 공공언어의 한계를 넘나드는 표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학생과 교수 간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이 학생들의 은어 또는 속어를 따라가기 위해 발로 뛸 수도 없는 법이다. 속어나 은어도 사회변화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 공공언어로서의 언어생활에 눈살을 찌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화라는 명분하에 대학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게 현실이고, 이에 본교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국어사용의 문제점들이 한국학생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을 찾고 있는 많은 유학생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고 싶다. 우리들의 귀에 익숙한 ‘글로벌화’란 말도 이제‘국제화’란 용어로, 정치권에서 종종 얘기하는 ‘클린 정당’이란 말도 이제는 ‘깨끗한 정당’이란 용어로 전환함으로써 국어사용의 귀감이 필요한 때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한 대학에서는 공공언어와 우리말 바로쓰기를 위한 특강을 진행하였고, 공영방송에서도 우리말 사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맞춤법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인터넷 용어, 외래어 남발, 출처가 불분명한 언어사용을 제어하는 것이 기획의도일 것이다.

한국어는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국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은어를 많이 사용하는 게 가장 신세대답다고 말하기보다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바르게 사용하고 보급시켜야 할 책무가 대학 구성원들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우리말과 글의 중요성이 한글날에만 반짝이는 행사가 되지 않도록 매사 우리의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올바른 한글사용에 동참하는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자. 어느 저자의 말대로 한글이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 될 수 있도록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아탑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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