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커 "비싼 집값내고 최저주거기준 머물러"
역곡커 "비싼 집값내고 최저주거기준 머물러"
  • 배도현 기자
  • 승인 2014.11.26 20:34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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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말하는 우리의 주거①

대부분 대학에 간다. 80% 넘는 학생들이 간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학생,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학생으로 끊임없이 유입되고 유출된다. 그들이 살 집도 그렇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기숙사에 살 것을 희망하고, 수도권 근간에 위치한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편히 머물 수 있는 자취방을 떠올린다. 그들은 집에서 살 권리가 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집에 대한 걱정은 많아진다. 그리고 걱정은 드러나는 현실 속에 그 크기가 배가 된다.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33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9.6%다. 서울 주요 대학가 ‘저가’ 원룸 평균가는 41만원이다. 대학생 월 평균 소득인 79만 7천원(서울연구원, 서울시 거주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능력 분석)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월 평균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며 집을 구했지만, 서울 1인 청년 중 36.3%는 최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인 청년의 23.6%가 최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고 전해진다. 다시 말해 서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 불안정 주거 빈곤의 현장이며, 자산불평등에 따라 세대 간 주거 빈곤이 대물림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집 사려다가 삶을 저당 잡히고 말았다. 

지난 11월. 근 3주 동안 역곡동에서 거주하는 본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거 실태를 조사했다. 약 1,000개의 설문 조사지를 돌려 191개를 회수 받았고, 제대로 입력되지 않은 46장을 제외한 145개의 설문 조사지를 바탕으로 주거 실태를 파악했다. 역곡동 내 존재하는 리빙텔/고시텔 14곳, 수십 곳의 원룸을 방문했고, 본교 학생 중 자취가 필요한 실질적 인원을 계산했다. 그렇게 집으로 현재와 미래까지 저당 잡힌 ‘그들’의 이야기,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절반 이상 최저주거기준 수준
응답자의 48.2%(70명)가 남성, 51.7%(75명)가 여성인 가운데, 그들의 주거형태부터 물어봤다. 표에 명시되어 있듯이, 자취(월세)가 54.4%(79명)로 가장 많았다. 학교 기숙사가 29.6%(43명)로 뒤를 이었으며, 고시원/리빙텔이 9.6%(14명)로 드러났다. 자취(전세) 2%(3명), 하숙, 오피스텔, 아파트 각각 0.6%(1명)의 수치를 보였다. 즉, 기타 기숙사 0.6%(1명)을 제외한 응답자의 69.8%는 민간임대시장에 있는 주거지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응답한 ‘자취(월세)생’들을 대상으로 주거면적을 조사했다. 30.3%(24명)에 이르는 비율이 11㎡이상~17㎡미만(3평~5평)에서, 21.5%(17명)는 10㎡미만(3평 미만)인 공간에서 머무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자취(월세)하는 학생의 절반 이상인 51.8%(41명)가 국토해양부가 공고한 1인 최저주거기준 14㎡수준에 머물거나, 그에 해당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여기에 통계청의 ‘2010년 우리나라 청년 주거 빈곤 규모’ 자료에 따라 주거 빈곤 개념에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사는 학생을 비롯해 비닐하우스·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 사는 학생도 포함시키면, 59.1%(55명)가 최저 주거 빈곤에 속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역곡동에 위치한 14개의 리빙텔·고시원을 방문해 취재한 결과, 평균 주거 면적은 2.8평으로 드러났다. 최저주거기준 14㎡에도 못 미치는 10㎡(3평 미만)에 불과한 것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이하 민유)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 팀장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드니까 면적이 작고 열악하더라도 머물 수 있는 집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현실을 전하며 “이러한 임차인의 사정을 알면서도 임대수입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이용해 집을 파는 임대업자들과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의 무책임이 뒤섞여 만들어 낸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설문지에 응답한 학생들의 절반이 넘는 51.7%(75명)는 머물고 있는 공간에서 6개월 미만으로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6개월~1년 사이로 계약한 경우는 20%(29명), 1년~1년 6개월 사이는 8.7%(13명), 1년 6개월~2년 사이는 11.7%(17명)이다. 2년 이상~3년은 2.7%(4명)에 불과했으며 3년 이상은 2%(3명)로 집계됐다.
학생들의 불안정한 계약기간은 한 공간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 거주지에서 평균 거주하는 기간이 1년 이하인 경우가 무려 63.3%(92명)이었다. 2년 이상은 10.2%(15명)에 불과했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 <청년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구조적으로 계약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경우 등의 원인이 예측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생활비 40% 이상 주거비로···저소득층보다 많이 써
응답자 절반 이상이 불안정한 계약기간, 짧은 거주기간, 최저 주거 빈곤에 허덕이지만 달리 말하면 주거공간을 마련했다는 말이다. 그 주거 공간의 임대료는 누가 부담하고 있을까. 머물고 있는 거주지 월세 비용 부담은 어떻게 마련했냐고 물었더니, 부모님 전액 지원이 75.8%(110명)로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부모님 지원+본인 부담은 10.3%(15명)였다.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비율은 5.5%(8명). 부담하지 않는 비율은 2.7%(4명)에 그쳤다. 민유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 팀장은 “부모님의 지원이 큰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주거비를 부모님이 지원하지 않는 경우 아르바이트나 대출 등을 통해 꾸려나갈 수밖에 없는데 자산불평등이 세대에 걸쳐 대물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비율과 아예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비율을 제외한 91.8%(133명)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부모님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소득액 대비 임대료 비율을 나타내는 RIR(Rent to income ration) 지표가 41.4%에 해당되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주거비를 포함시킨 생활비는 전체 평균 73.5만원이며, 이 값의 41.4%인 30.5만원이 주거비로 사용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임차가구의 RIR(2012년 기준)는 26.4%. 저소득층은 33.6%이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임차가구 RIR비율과 엇비슷한 실정이다. 45%.

자취(월세)의 경우에는 가장 비싼 주거비를 납부해야 했으며, 소폭 상승한 RIR값을 나타냈다. 35.1만원으로 전체 평균 주거비용 30.5만원 보다 약 5만원 가까이 비싸고, 생활비는 82.2만원으로 평균값보다 근 10만원이 더 사용되었으며, 전체 평균 RIR 지표보다 1.3% 높은 42.7%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기숙사의 경우는 주거비 자체도 전체 평균 주거비용보다 약 5만 원 정도 낮으며, 자취(월세)와 비교했을 때 약 10만 원 가량의 금액이 절약된 수치를 보였다. RIR비율 역시 가장 낮은 37.6%를 나타냈다. 민유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 팀장은 RIR 지표가 40%가 넘는 현실에 “생활비의 40%가 넘는 비율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현실은 하루하루가 힘겨울 것이다”며 “월세만 고려한 수치라서 41%의 비율도 적게 나온 수치라고 생각한다. 보증금도 함께 고려한다면 그 수치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2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20대 청년 임차가구의 소득분위별 주거비’에 따르면 보증금을 포함한 RIR비율이 보증금을 제외한 RIR비율보다 6% 높았다.

안전과 치안이 가장 중요해
응답한 학생들의 32.4%(47명)는 ‘안전 및 치안’을 거주지 선택 시 최우선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까지의 거리’가 27.5%(40명), ‘전세 및 임차료 가격’이 25.5%(37명)로 뒤를 이었다. ‘주택의 시설 및 설비조건’은 7.5%(11명), ‘주거환경(소음, 채광 등)’은 4.8%(7명)에 불과했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의 청년주거실태보고서는 대학생들이 주요활동공간까지의 거리와 같은 요소를 중요시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생들이 주로 대학 인근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있는 사실과 동시에 거주지를 임대하는 목적이 주로 학교를 다니기 위한 것임을 알려준다”며 “대학 인근지역의 거주지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 속에서 대학가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주거환경 만족도는 어떨까. ‘보통’이라 응답한 학생이 35.1%(5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29.6%(43명) ‘만족’한다는 응답 26.8%(39명)보다 많았다.

기숙사 수용률 증가했으면···원하는 정책 1위로 꼽혀 
역곡동에서 거주하는 본교 학생들은 역곡 내 개선시켜야 하는 첫 번째 부분으로 ‘부족한 기숙사 인원 수용률’을 꼽았다. 31.7%(46명)의 학생들이 응답했으며, ‘비싼 임대료 개선’은 28.2%(41명), ‘열악한 치안 환경 개선’이 23.4%(34명)였다.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 제공했으면 하는 주거정책 1위로 ‘기숙사 수용률 증가’가 37.9%(55명)로 꼽혔다. ‘대학생 전용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33.1%(48명)로 뒤이었으며, ‘비싼 임대료에 대한 대책 마련’이 22%(32명)의 응답을 보였다.

개선시켜야 하는 첫 번째 부분도 부족한 기숙사 인원 수용률이었고, 정부 차원에서 바라는 주거 정책 1위도 기숙사 수용률 증가라는 설문 결과에 대해 임 세입자네트워크 팀장은 “주거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해결 사안으로 기숙사 확충을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그만큼 주거권은 국가의 책임, 즉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반가운 수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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