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식 대학 구조개혁의 문제
일방통행식 대학 구조개혁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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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09 19:27
  • 호수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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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고 계절은 벌써 한 해의 말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국내 대학의 교육여건과 환경은 수용하기에 벅찬 빠른 속도를 요구하며 변해왔다. 변화가 컸던 만큼 각 대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의 이념과 철학도 외부의 성과지표에 밀려, 결국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좋은 학교라는 암묵적 인식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강요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대학마다 국책사업과 해당 성과지표에 초점을 맞춘 계획을 수립하게 되고, 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 간 반목을 야기하는 일도 많았다.

올 한 해를 되돌아 볼 때 본교의 경우도 대학의 구조개혁과 관련된 내용이 단연 화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내구성원들이 학교의 구조개혁에 관하여 참여와 견제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수행했다면 모르겠지만, 학내에 팽배해 있는 조소적, 냉소적 분위기는 변화의 방향과 그 변화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교수 등 여러 구성원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구성원과의 최소한의 소통이 없이 실행된 계획들은 불만과 불신의 벽을 키우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신발에 발이 맞아야만 먼 길을 달릴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듯, 결국 학내 구성원들 간의 합리적 의사소통은 구성원들이 지니고 있는 공동의 책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제 변화의 문턱에서 책무를 위임받고 계신 주요 보직자들께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먼저 학교운영에 대한 소통의 책무성을 당부 드리고 싶다.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학교구성원들의 작은 의견일지라도 수렴할 수 있는 신문고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학교의 중대한 사업을 추진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소통의 중재자가 되시기를 희망한다. 학문과 복지차원의 연구휴가제도도 별다른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시 시행된 감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버린 전공주임교수와의 정기적 만남도 대학 구조조정 시기와 맞물리면서 그 소통의 장도 잊혀진지 오래다.

다음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참여와 견제의 합리적 대안을 거듭 모색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제대로 된 성과지표를 설정하지도 못하고, 그 결과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났다. 부정적 변화에 발을 맞추어야 한다면 동력은 결국 추진력을 잃게 될 게 자명하다. 교수들과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과 학교의 주인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하여 참여와 견제를 수행하는 중재자로서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견제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소통의 행정가가 되시기를 부탁드린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사실을 직고할 수 있는 책무성과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소통의 기술을 부탁드린다.

단기적 어려움을 감내하고 지낼 수는 있겠지만, 구조개혁에 관한 내용이 불문에 부쳐지고 아무런 이유도 모른 체 학과에 더 큰 요구사항이나 더 큰 변화를 요구하는 일들이 지속된다면, 이느 모두의 고통일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교육환경의 변화를 탓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학교의 구성원들인 교원·직원·학생과 학교 당국의 입장차가 커지지 않도록 수용언어와 표현언어의 합리적 의사소통의 통로를 열어주길 부탁드린다. 올바른 변화는 학교 구성원들 간의 합리적 의사소통을 전제로 할 때 질적 변화과정을 함께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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