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들의 총장 선임 갈등과 교훈
[사설] 대학들의 총장 선임 갈등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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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9 23:27
  • 호수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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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보도들에 의하면 여러 대학교가 총장 선임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먼저 국립대 경우를 보면, 교육부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경북대ㆍ공주대ㆍ방송통신대 등의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하고 있는 양상이다. 법원에서 잇달아 패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총장 후보 재추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인 까닭에 조속한 시일내의 사태 수습은 어려워 보인다.

사립대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사례는 동국대, 인하대, 상지대 등이다. 동국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지난 해 12월4일 김희옥 䎬총장을 1위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런데 김 총장이 조계종 관계자들과의 회동 이후 11일 갑작스레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 분란이 시작되었다. 자승 총무원장 등이 ‘법사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김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였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후 후보자로 나선 보광 스님의 표절 문제가 제기되었고, 동국대 학부ㆍ대학원 학생회는 신임이사장 일면 스님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 내부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인하대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이 문제가 되었다. 위원회는 학교법인 이사가 5인, 교수 4인, 총동창회 1인, 지역사회 1인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지역사회 추천 위원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에서 추천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니 학교법인 운영을 우하는 대한항공의 결정에 따른 총장 선출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바, 올해 2월 총장 선출을 앞두고 교수협의회와 총동창회가 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학생회에서는 아예 직선제 선출을 요구하고 나섰는데,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하고 인하대는 지난2월 25일 위원회에서 추천한 인하대 출신 공과대학 교수를 새로운 총장으로 임명하였다. 상지대의 경우도 김문기 총장의 선임과 관련된 논란이 여전히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타 대학들에서 벌어지는 이와같은 분란을 접할 때 우선 가톨릭대가 뉴스의 중심에 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 큰 안도감을 갖게 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것이 가톨릭대에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에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과정이 너무나 일방적인 까닭에 분란의 여지조차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점이다. 학교 구성원들은 총장 선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도리가 없다. 학교법인에서 총장을 선임하여 대학에 통보하면이 분이 새로운 총장인가 보다여길 따름이다. 따라서 총장 선출의 절차 수준으로만 따지자면 경북대, 공주대, 방송통신대, 동국대, 인하대 등의 이러한 분란을 보면서 우리도 이제는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총장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가는 멀게는 지난 몇 년간 가톨릭대가 각종 국가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경험부터 가깝게는 최근 각 학과나 전공에 하달된 보직자 추천요청 철회 공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대학의 총장 선출 제도는 총장 내지는 총장 후보자가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최적화된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가톨릭대 총장은 내부적으로는 캠퍼스의 분산으로 인해 야기되어 온 캠퍼스별 상이한 발전 전략들을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며, 사회적으로는 암묵적으로 타 대학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있다. 이는 총장 역임자들에 대한 회고적 평가가 아닌 미래의 총장에 요구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총장 선임절차의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하는 까닭은 바로 가톨릭대 총장이 갖는 이러한 막중한 책임감과 사회적 위상에 기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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