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있는 강의] 한국전통사회의 역사와 문화
지난 3월 10일 학보사로부터
「한국전통사회의 역사와 문화」
(이하「한전사」-학생들은 이 강
좌를 이렇게 줄여 부르고 있는
듯하다)의 강좌 소개글을 써달라
는 이메일 한통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강좌 소개를 어떻게 하
나?’였다. 무조건 재미있고 좋은
강좌라고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건 결코 옳은 방법
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한
전사」는 하나의 강좌에 총 3개
분반이 있는데 각 분반을 담당하
는 선생님들이 다르기 때문에 각
선생님 마다 수업의 특성도 다르
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
는 수업만을 소개하는 것도 문제
가 있을 듯 했다. 그래서 우선
「한전사」를 담당하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께 수업의 방향이나 추
구하는 목표 등을 묻기 시작했
다.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은 사람
마다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역
사를 이해하는가에 따라서 그것
을 전달하는 방식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한전사」를 맡아 강의를 하고 있
는 선생님들 역시 조금씩 수업의
방향이나 목표가 조금씩은 달랐
다. 전통사회의 사회∙문화 현상
에 집중하여 그 구조적 측면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선조들의 삶
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고 수업
을 구성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치사적 측면에서 전통사회의
흐름을 되짚어 보고, 그 과정에
서 쟁점이 되는 사건들에 대한
발표∙토론을 통해 각 사건에 대
한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수업도 있다. 또는‘천
도’,‘ 신분’,‘ 유교’등 전통사회
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시대적
특성 및 흐름을 살펴보는 수업도
있다. 그리고 나말여초~조선시
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개관하
는 한편 그 안에서 몇몇 주제를
깊이있게 살펴봄으로써 전통사
회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
는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각 수업을 맡는
선생님에 따라 생활사, 대외관계
사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수업이
운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강좌
명 아래 있는 수업이지만 다양한
강좌를 듣는 것과 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
다.(참고로「한전사」는 모든 분반
의 시간대가 다르다. 즉, 각 선생
님들의 수업을 모두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
이 진행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역사를 외울게 많은 지루하고 어
려운 과목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
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배우지 않은 경우
많은 수의 학생들이 기본적인 지
식조차 가지지 않은 경우가 있어
수업을 하다보면 당황스러울 때
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역사에 대
한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
다는 사실이다. 이번 학기 수업
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이 과목을 수강하는
이유였다. 그에 대해 평소에 역
사에 관심이 많거나 관심이 없더
라도 그 필요성을 느껴서라는 답
이 전체 응답자의 70%에 달했
다. 적어도 70%의 학생들은 여
전히 역사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
고 있음을 알려준 것이라는 점에
서 나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
었다.
현재 한국 사회는‘인문학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얼마 전 황우
여 교육부총리는‘인문학보다는
취업을 위해 우선 힘써야 한다.’
는 취지의 말을 해 구설수에 오
르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은 인
문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
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
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 여전히 인문학, 특히 역사의
필요성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
이 많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
생할 수 없다’라는 윈스턴 처칠
과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은 역
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다. 역사는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기반이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
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이러한 역사를 공부할 수 있
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요즘「한국전통사회의 역사와 문
화」는 우리 전통시대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번
쯤은 꼭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
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과목
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로써 보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강의를 만들
어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 할 무거운 책임을 느끼기
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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