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어디까지 생각해 봤나요?
소비, 어디까지 생각해 봤나요?
  • 윤명애(소비와 윤리 강사)
  • 승인 2015.05.22 01:15
  • 호수 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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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있는 강의] 소비와 윤리
소비와 윤리 강의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와 연관 지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소비와 윤리 강의를 듣고 싶었지만 수강인원 초과로 듣지 못해 아쉽다던 학생과 나눴던 얘기, 그동안의 수업에서 학생들의 반응을 토대로 소비와 윤리 강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소비와 윤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소비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평생 소비를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외에도 틈틈이 커피 등의 간식을 먹고, 옷을 입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보는 등 수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버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일상 소비생활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것을 사용하며,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와 같은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면서 정작 ‘나의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한 예로 우리는 역곡역에서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거리위에 여러 카페를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가격이 저렴해서, 어떤 곳은 분위기가 좋아서, 어떤 곳은 커피가 맛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커피를 산다. 하지만 보통은 내가 산 커피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었고, 그 제품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는지 고려하며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학교 앞 아름다운 커피라는 한 커피점에서는 공정무역커피와 유기농 생강차∙대추차 등을 팔았다. 이곳에서 파는 음료는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싼 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공정무역’ 혹은 ‘유기농’이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이유로 똑같은 커피와 차인데도 더 비싼 것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한 원두로 만들기 때문에 제3세계 생산자의 삶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유기농 제품 사용은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여 농약으로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여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지지하는 등‘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뜻이 담긴 행동이다. 즉, 생산자가 어떤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지 결정할 수 있는 소비자의 경제적 투표 행동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소비와 윤리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강의를 통해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며 소비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고, 주변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고 실천하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소비와 윤리 수업은 올바른 소비에 대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은 올바른 소비를 실천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적인 소비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싼 가격의 제품과 많이 알려진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혹은 윤리적 소비를 알지만‘나 하나의 실천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라는 무력감 때문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한 개인의 소비 윤리 실천은 꼭 어렵고 힘들고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소비와 윤리 강의에서 학생들은 조를 구성하여 상거래 윤리, 구매운동, 불매운동, 녹색소비, 로컬소비, 공정무역, 공동체운동, 절제와 간소한 삶, 기부와 나눔 등 9가지 윤리적 소비 주제 중 하나를 택하여 이를 실천하고 홍보하는 조별과제를 수행한다. 조별로 실천한 내용과 홍보한 방법에 관해 학기말에 발표를 하는데 과제를 할 때나 발표를 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있다. 조별과제 수행을 통해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학생이 많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이기심 때문에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더 많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제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었는지 고려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생산자의 인권문제, 동물학대, 환경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된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알면서도 사람들은‘나 하나쯤이야’, 혹은 ‘나 하나로 어떻게 바뀌겠어.’라는 생각으로 소비로 인한 문제를 외면하며 살고 있다. 소비와 윤리 강의를 담당하는 강사로서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고,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소비에 대한 의미를 인식하고, 올바른 소비를 함께 실천하면서 소비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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