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없이 ‘기억’ 되고 있는 전학대회
‘기록’ 없이 ‘기억’ 되고 있는 전학대회
  • 배도현 기자
  • 승인 2015.06.04 21:35
  • 호수 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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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이번 학기 개최됐던 총 5번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 대회)에서 아무런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던 것이 확인됐다. 녹취부터 회의록까지‘기록’이 전무했다. 만약 본보가 전학대회 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전학대회에서 오갔던 발언들, 의결 결과, 기타 발의내용은 각 학생회장들의 ‘기억’속에 머문 채, 그 어떤 ‘객관적’ 인‘기록’ 으로 남겨지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5년 동안의 전학대회에서 회의록이 작성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3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김경용(사회∙졸) 회장부터 24대 총학 신재욱(법∙졸) 회장, 25대 총학 김도형(경제∙졸)회장, 26대 총학 이상민(국제통상∙졸) 회장, 27대 총학 이원석(국제관계∙수료) 회장에 이르기까지 전학대회 회의록 작성은 기본이었다. 심지어 23대, 25대 총학은 영상 기록까지 남겼다.

23대 총학 김경용 회장은 “가장 기본적인 사안으로 회의록 작성은 물론이고, 동영상 촬영으로 영상 기록까지 남겼다. 학교에서 장비를 대여한 뒤, 자체적으로 테이프를 구매해 촬영했다”고 말했다. 24대 총학 신재욱 회장은 “회의내용 녹취를 바탕으로 회의록을 작성했고, 작성된 회의록은 총학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접근 권한을 없애 관심 있는 일반 학우들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올렸다” 고 2011년 상황을 전했다. 27대 총학 이원석 회장 역시 “총학 총괄사업부라는 부서에서 회의록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고 담당하는 인원이 배치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자 중운위 이상민(식품영양∙3)위원장은 “회칙에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나와있나. 각 학생회장들이 참여하는 자리 아닌가. 전학대회에 오는 분들은 그 내용을 듣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되려 반문하며 “중운위에서 논의해보겠다” 고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그동안의 전학대회에서 회의록을‘왜’기록했는지, 기록하지 않았을 때 일반 학우들의 ‘어떤 권리’ 가 침해될 수 있는지, 타 대학은 회의록을‘왜’기록하고 있는지, 어떤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짚어봤다.

회의록 작성은 의무이자 소통 의 기본적 자세여야

총학 회칙에 회의록을 작성하라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회의록을 남겼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24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던 신재욱 회장은 “대의민주주의는 ‘공개함’이 원칙이며 이러한 원칙이 헌법 50조와 국회법 75조에 구체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학대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일반 학우들에게 공개되는 것과 동시에 회의록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된다”고 전하며 “학생대표들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본인이 가진 대표성의 의미와 책무 등을 스스로 인식하고 민주적 기본 가치들을 승인하고자하는 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표권 행사가 가능하고, 그 대표권 행사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가 자연히 따르게 될 것이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이어 정치발전소 조성주 대표는 “전학대회를 비롯한 모든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권자의 대의를 받아 운영되는 국회나 전학대회 등은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한다”며 “회의록을 작성하고 공개하는 것은 발언자의 책임성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말’로 논쟁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묻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법학과 교수 역시 “회의록 을 작성하는 것은 해당 조직의 역사성,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기록이 남아야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재를 바라 볼 수 있다” 고 설명을 더 했다. 본교 정종원 행정학과 교수도 “정보제공, 즉 회의록을 작성하고 공개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 소통의 수단이다. 기본이라는 말은 가장 하위의 방법이라는 뜻이다. 가장 하위의 방법이지만, 회의록을 남김으로써 어떤 결정이 나는지 알 수 있어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해당 안건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어 학습의 의미도 존재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본적 자세를 갖추게 된다” 며 회의록을 남겨야하는 의미를 전했다.

회의록을 남겨야 하는 의미만큼 회의록을 기록하지 않았을 시, 일반 학우들의 침해되는 권리도 많았다. 먼저, ‘제도화의 수준’ 이 낮아 알 권리가 침해된다고 본교 정종원 교수가 지적했다. 정종원 교수는 “제도화의 수준을 올린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것으로 절차적 명확성을 마련한다는 말이다. 대의기구가 안건 상정부터 처리 후 의견 수렴 뒤 다음 회의 때 반영하는 과정까지 제도화 과정인데, 회의록이 없으니 알 권리가 침해된다”정보가 없으니 합리적인 판단과 의심, 건설적인 대안이 마련되기 힘들고, 갈등이 생기면 조정할 수 있는 기록이 없기에 해결하기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기본자세의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23대 총학 김경용 회장은 “전학대회에서 논의되는 모든 안건이 직∙간접적으로 모든 학우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데, 일반 학우가 이러한 내용을 알 방도가 전혀 없다는 것은 일처리의 미숙함을 떠나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24대 총학 신재욱 회장 역시 “거창한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자세의 문제이다” 고 지적했다.

회의록 작성 없이 실질적 회칙 이행 힘들어

본교 총학생회 회칙에 직접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회의록 작성 없이 회칙을 이행하는데 모순이 많다는 점도 발견됐다. 먼저 총학 회칙 제14조(회원의 권리) 4항, 5항에 따르면 모든 기구에 대하여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본 회의 운영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24대 총학 신재욱 회장은 “회원의 권리로 모든 기구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정보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정보의 공개 원칙을 승인하고 있다고 유추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반 학우가 회칙 제14조 4항과 5항에 따라 전학대회에 대한 정보를 받고 싶어 정보제공을 요구하면 중운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기록한 회의록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학대회 업무 및 권한에는 예산 의결권, 인준권, 탄핵소추, 징계권, 학칙 개정 발의권, 자료 제출 요구권 등이 포함되는데, 현재와 같이 회의록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회의 운영 전반에 대한 정보 자체를 제공받지 못한다. 회의록을 작성하라는 회칙은 없지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으면 회칙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본교 법학과 교수는 “예산안 의결뿐만 아니라 인준권 등의 학내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록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학대회 및 확대운영위원회, 중운위에서 결정된 사업을 집행하는 집행부의 업무 및 권한을 명시한 총학 회칙 제 42조 4항 ‘기타 본 회의 모든 회의의 결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한다’의 항목을 이행하려고 할 때도 문제다. 회의록이 없으면 ‘결의 사항’을 어떤 근거로 활용하는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본교 회칙을 살펴본 카이스트 학부동아리연합회 변규홍 전 회장은“집행부가 총학생회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기로 결의되었는지를 알아야 하는 만큼, 회의 때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한 기록은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며 회의록 작성의 당위성을 말했다.

“회의록 작성해야 한다는 회 칙 만들어야”

물론 총학생회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전학대회를 처음 준비해보는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에게는 미숙한 일처리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회의록 기록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행해왔던 작업으로 전학대회를 처음 진행해보는 중운위의‘실수’라는 것이다. 27대 총학 이원석 회장은 “회의록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문제이지만, 총학이 없는 체제로 운영되다보니 전학대회 운영 미숙으로 인해 나타난 모습” 이라고 해석했다. 25대 총학 김도형 회장 역시 “단과대학 학생회장 중에서 총학회장 권한 대행을 하고 있겠지만, 행동하기에는 정당성 면에서 부족한 게 있어 스스로도 애매한 위치일 것이다”며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을 기록하지 않는 점은 총학생회 존재 유/무와는 별개로, 원칙의 부재라는 지적이다. 본교 L 법학과 교수는 “공식 모임이 있으면 규칙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회의록을 기록하라는 회칙이 없는 상황은 원칙이 없다는 말과 같다. 회칙이 없는 상태에서 목소리 내기란 너무 힘들다” 고 지적했다. 행정학과 정종원 교수는 “회칙에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은 당연히 고려해봐야 한다. 회칙에 명시되어 있다면, 전학대회 운영을 처음하더라도 회의록 작성을 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전학대회 운영과 관련해‘연보’ 를 만들어 정보를 축적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해결책을 제기 하기도 했다.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는 회칙 개정안을 발의하자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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