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당선) - 안나의 집: 생명의 양食
사진(당선) - 안나의 집: 생명의 양食
  • 박승인(문화컨텐츠‧4)
  • 승인 2015.12.02 21:00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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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문 당선 수상소감_박승인(문화컨텐츠‧4)

생명의 양식인 나에게로 오너라

나 믿는 사람들은 목마르지 않으며

내 안에 살게 되리

나 그를 사랑하여 나 그를 살게 하리

나 그를 영원히 영원히 살게 하리

군 시절 성당에서 성가대를 하면서 『생명의 양식』이라는 성가를 자주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단순한 멜로디에 따라 부르기도 쉬운 편이라 우리는 줄곧 이 성가를 성체 성가 목록에 올렸었다. 영성체를 봉헌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서도 신의 구원이란 진정, 굶주림에서 벗어나 평온의 상태에 이르는 것인가를 자문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제대 후 미사 참석과 냉담을 반복하며 공리(功利)적인 삶에 익숙해질 즈음의 어느 날이었다. ELP 학부대학에서 가톨릭 인본주의 시상식에 쓸 동영상을 제작하는데 촬영 보조를 하지 않겠느냐는 요청이 왔다. 촬영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방문했는데, 그 풍경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급식소는 말복에 맞춰 반계탕을 먹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살기 위한 몸부림, 내가 봤던 그 어떤 것보다 치열한 식사 장면이었다. 순식간에 식판이 비워지고 다시 자리가 채워지길 반복했다. 나를 포함한 봉사자 중 누군가는 밥을 채우고, 간식을 나누며, 닭 뼈를 비웠다. 그러다 숨을 고르기 위해 급수대로 향한 내 눈에 문득, 급식소를 나서던 한 노숙인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정신없이 닭을 뜯던 모습이 아닌 에너지로 가득 찬, 은근한 평온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특별한 것 없던 반계탕 한 그릇이 ‘생명의 양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사정상 보조 촬영 일이 불발되고 다시 급식소를 찾은 것은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23일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구원’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죽음과 부활이 교차하던 그 공간에선 여전히 생명의 양식이 나누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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