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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읽자! 권리를 알자! !
[예민해도 돼] 당연한건 없다. 예민한 사람들의 이유있는 사색
[283호] 2016년 03월 02일 (수) 23:39:09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
   
인권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어서 한 달에도 몇 번씩 이런저런 단체나 조직에서 인권교육을 요청하는 연락이 온다. 요구하는 인권교육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강의를 할 때마다 거의 빠뜨리지 않고 수강생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국민의 4대 의무가 무엇인지 아세요?”이다. 이 질문을 하면 교육 수강생이 10대나 60~70대 어르신을 가리지 않고 국방, 교육, 납세, 근로 네 가지 의무 중에서 대략 3가지 이상은 쉽게 대답을 한다. 현재는 재산권 행사와 환경보전까지 더해져 6대 의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수강생까지 있다.

하지만 국민의 5대 권리나 헌법에 열거된 국민의 권리 조항에 대해 생각나는 것이 있냐고 물어보면 거의 매번 교육장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국민의 4대 의무는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이긴 하지만 졸업한 지 10년에서 30년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거의 반자동 적으로 대답하는 것을 보면 우리 교육이 어지간히 4대 의무를 강조하긴 했나 보다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방, 교육, 납세, 근로의 4대 의무는 각각 헌법에서 법률로 정하고 있는 국민의 의무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헌법 조항의 상당 부분은 국민의 의무보다는 권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헌법 2장의 내용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인데 10조부터 39조까지 30개의 조항 중 앞서 언급한 의무조항인 교육(31조 2항), 근로(32조 2항), 납세(38조), 국방(39조 1항)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국가 안에서 누리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조항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는데 헌법 130개 조항 중에서 유일하게 ‘인권’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조항이다. 헌법 10조가 중요한 것은 ‘인권’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어떠한 권리를 요구하고 보장해 달라고 하는 권리주체이고 국가는 국민의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 주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런 헌법 10조의 규정에 따라 이후 헌법 2장 11조 이후의 조항 문구는 거의 다 ‘모든 국민은 어떠어떠한 권리를 가진다.’와 같은 문장형식을 띠고 있다.

어떠한 공동체나 조직을 막론하고 그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권리만 너무 강조한다든지 의무만 너무 강조하는 곳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나 인권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권리와 의무 담론이 조화로운 사회일까?

헌법에 엄연히 보장된 노동삼권을 비롯한 많은 헌법적 권리가 무시되었던 군사정부와 권위주의정부 시절에는 국민을 권리의 주체보다는 통치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과도하게 국민의 의무를 강조하였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권리’보다는 ‘의무’에 기울어진 사회 분위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에 대해서 모르거나 혹은 알더라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최저 시급, 노동계약서와 같은 권리를 모르거나 주장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사측에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너무 많아서 이제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한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인터넷에 의견을 내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이지만 경찰과 검찰이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휘두르는 부당한 엄포와 공권력은 나의 권리가 당연한지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한다.

학생 인권을 주장하면 일부 어른들은 학생의 권리 이전에 의무를 다하라는 주장을 한다. 대한민국의 초, 중, 고등학교는 압도적으로 학생의 권리보다는 지켜야 할 의무가 많은 데도 여전히 무슨 의무를 더 지켜야 하는지 학생들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헌법 전체를 읽기가 어렵다면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30개 조항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읽어보길 권한다.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의무만을 강조 당하며 살아온 오늘날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헌법은 우리에게도 이렇게 많은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줄 것이다.

비록 그 헌법적 권리의 일부는 정부정책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속상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잘 알고 나서는 주장하고 또 싸워볼 수도 있는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들여다본 어느 인터넷 신문에서는 정부의 테러방지법 국회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90시간을 넘어 10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왜 야당의원들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고 필리버스터란 생경한 이름의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도 헌법 조항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으며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되어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기본권보장에 관한 원칙을 규정한 것이 헌법이다.

새봄에는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보자. 읽고 나면 우리가 가진 침해받을 수 없는 당연한 권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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