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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르완다에서 대한민국을 보다
[예민해도 돼] 당연한건 없다. 예민한 사람들의 이유있는 사색
[284호] 2016년 03월 15일 (화) 11:45:5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
지난 연말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성 격차(평등) 지수’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조사대상 145개 국가 가운데 115위를 기록했다.

OECD 가입국에다 경제와 무역 관련한 지표는 늘 세계 10위권 내외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더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세계 성 격차 지수가 115위라는 것에 대해서 일부 남성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는 반응도 있었다.

더구나 이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순위와 함께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프리카의 르완다가 6위를 기록한 것이다. 르완다는 GDP 비교만으로는 우리나라의 0.4%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지구상 최빈국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1994년에는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내전으로 석 달 동안 100만여 명이 살해당했고 이후에도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려온 나라였기에 세계 ‘성 평등 지수’ 6위의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르완다가 처한 내외적인 어려움과 달리 자세히 살펴본 르완다의 국가 차원의 양성평등 정책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획기적인 수준이었다. 우선 2015년 1월 기준 의회 내 여성 비율은 63.7%로 우리나라(16%)의 4배에 이른다. 이는 2003년 르완다 헌법을 개정하면서 ‘모든 의사결정 기관은 남녀 모두 30% 미만이어서는 안 된다’는 조문을 포함했고, 선거에서 모든 후보의 30%는 무조건 여성으로 내세우는 ‘여성의원 강제할당제’를 도입시켰기 때문이다.

2006년 헌정사상 처음 도입한 ‘성폭력철폐법안’은 1994년 내전 때 무려 50여만 명의 여성이 집단강간을 당한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이후 남녀 의원 각 4명씩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법 합의를 통하여 만들어낸 법안이라고 한다.

물론 전체 인구의 45% 정도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르완다의 궁핍한 경제사정과 여전히 만연한 가정폭력과 부부강간 문제는 위 보고서에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양성평등과 여성인권향상을 위한 정책은 경제적 수준과는 상관없이 국가의 정책 의지와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르완다의 경우일 것이다.

반면 한국의 성평등에 관한 분야별 지수를 보면, 조사대상 145개 국가 가운데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 기회는 125위, 정치 권한 분야는 101위, 성별 임금 격차는 0.55로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의 절반에 불과해 사실상 한국 여성의 지위는 거의 세계 꼴찌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성평등과 여성차별을 주장할 때마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 여전히 나오고 있는 남성 역차별 주장이 얼마나 실제에 근거하지 못한 허구의 담론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1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가정에서 남성은 하루 가사노동 시간이 42분이지만 여성의 가사노동은 남성의 4.4배인 3시간 5분이나 되어서 노동현장의 남녀 불평등 못지않게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 문제 또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전인 2004년 같은 조사에서 맞벌이 가정의 남성 가사노동 시간이 32분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10년 동안 한국의 남성들은 마라톤 기록단축과 비교해도 너무 심하게 부끄러운 1년 동안 불과 1분씩 가사노동시간을 늘려왔다. 이는 과거의 우리나라 여성차별 시정정책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의 여성 차별철폐 운동과 국가정책이 얼마나 어려운 길을 갈 수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여성인권의 경우 이제는 표면적, 정책적으로나마 ‘남아선호사상’ ‘호주제’ 등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앞에서 살펴본 사례와 정책적인 지수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형편이다.

얼마 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 말씀이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나름 괜찮은 대학에 와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는 남학생들과 비교해 상당한 차이가 나는 취업기회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성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여학생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789년 ‘인권선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던 당시의 프랑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인권의 적용 범위는 백인, 남성, 유산계급 이른바 ‘백남유’ 위주였다.

근현대 인권운동의 주요한 흐름은 이러한 백인, 남성, 유산계급만이 가진 특권을 깨고 가난한 사람, 여성, 유색인종과 기타 모든 사람의 보편적 권리를 획득하고 확장하는 투쟁의 역사였다고 할 것이다. 불과 100여 년 전인 1913년 영국의 유서 깊은 경마대회에서 국왕인 조지 5세 소유의 말을 향해 몸을 던져 즉사한 에밀리 데이비슨(Emily Wilding Davison, 1872~1913)의 외투에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러한 목숨을 건 투쟁에도 10년이나 지난 후에 영국의 여성들은 참정권을 획득했다.

인권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인권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참정권의 획득 후에도 세계사 속에서 여성들의 인권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인권의 발전 흐름 속에서도 유독 한국사회의 여성인권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오늘의 상식은 어제의 투쟁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말이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양성평등 의제와 보편적인 여성인권 항목들을 위해 오늘도 힘들게 일하며 싸우고 있는 여성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3월 8일 여성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깨어있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도 여성인권향상을 위한 주체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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