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강내유 마인드C, 지금 만나러 갑니다
외강내유 마인드C,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남소현 기자
  • 승인 2016.03.30 13:16
  • 호수 2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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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연애와 작품에서의 모습이 많이 비슷하죠. 무조건 실제 소재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재미있고 진정성 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부산 토박이 메리와 서울 남자 윌. 윌유메리미는이 둘의 12살의 나이 차와 지역을 뛰어넘은 알콩달콩한 연애스토리다. 여자 친구밖에 모르고 자상한 윌과 밝고 사랑스러운 메리의 에피소드는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그동안은 2030대 여성 독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남성 독자들까지 조금씩 마인드C 작가의 싸인회에 찾아오곤 한단다.

보통 연애시절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다 기억하고 그리셨나요?

만화 그리려고요.(웃음) 아내는 연애할 당시를 잘 기억하지 못 하는데, 저는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라 대부분 기억하는 편이에요. 그 때 아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화장법, 헤어스타일은 어땠는지까지 기억나요. 또, 3년 전부터 이 만화를 그리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미리 짧게 메모해 놓은 것도 많은 도움이 됐죠. 생활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소재에 치일 때가 있는데, 차라리 소재를 쌓아놓고 그리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좋은 것 같아요.

처음 연애했을 때 세대 차이는 못 느끼셨나요?

세대 차이는 전혀 못 느꼈어요. 굳이 세대 차이라고 한다면…. 단지 아내는 사회생활을 안 했고, 저는 사회생활 한 사람이라는 부분? 경험의 차이죠. 오히려 아내가 어리지만 올드한 편이고, 저는 늙었지만 철이 없는 편이라 그 접점에서 잘 만난 것 같아요. 사실 아내가 저보다 12살이나 어리지만 아이돌을 잘 몰라요. 또 비록 나이 차는 많이 나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독립적인 성향도 비슷해서 세대 차이를 크게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일상얘기를 그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터넷 상으로 나의 개인 정보가 공개된다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이건 안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이미 정보공개가 많이 돼있어 상관없지만 아내가 걱정돼요. 아내도 이 점에 있어 우려했지만, 철저하게 아내를 드러내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시작했어요.

캐릭터가 단순하지만 특징이 잘 드러나요.

윌과 메리는 외강내유, 외유내강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요. 음, 제 캐릭터는 저의 특징을 잘 알기 때문에 금방 그릴 수 있었는데, 아내의 외모는 캐릭터 느낌이 잘 안 나서 그리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외모보다 아내의 하얗고 까칠한 부분이 있다는 특징을 부각시켜서 캐릭터를 그렸죠. 메리의 머리가 뾰족하고 송곳니가 하나 있는 이유에요. 아, 캐릭터는 너무 단순화시키면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고려를 거쳐 만들어졌어요. 단순 외모와 성격뿐만 아니라 상품성, 변별성을 고려해 만드는 것이죠.

윌과 메리는 항상 깨가 쏟아지는 것 같아요. 5년 이상 연애하는 동안 싸운 적은 없었나요?

항상 가볍게 티격태격하지만 캐릭터의 연출 덕분에 귀엽게 보이는 것이죠. 그리고 사실 저는 싸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헤어질 것도 아니고, 사랑할 시간조차 부족한데 싸우고 난 후의 분위기가 싫어서 제가 먼저 화해하는 편이죠. 또 아내는 자신의 기분을 잘 표출하는 스타일이에요. 서운한 것이 있으면 당당하게 말해요. 아, 그리고 저는 아내처럼 여자 분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서운한 것이 꽁해 있지 말고 당당하게 바로 말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당당하게.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장기 연애의 팁이 있나요?

우선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해요. 사랑한다는 말은 당연하고, 미안한 것은 미안하다, 고마운 것은 고맙다 말 해줘야 해요. 그리고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상대를 인정해줘야 하죠. 천성은 바꿀 수 없어요.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돼요.

웹툰작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요새 웹툰작가 지망생도 많고, 경쟁률이 치열해졌죠. 너무 잘 그리고 사람이 많아서 정말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할 거에요. 지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하고요. 솔직히 제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열심히, 잘 해야죠. 그리고 이것이 과연 나에게 맞는지, 실력이 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를 할 필요가 있어요. 솔직히 열정만으로는 힘든 직업이에요. 실력도 필요하고, 자신에게 맞아야죠. 그리고 철저한 계획 하에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철저한 마감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20-30편 정도를 미리 저장을 해 놓아요. 제 웹툰에 항상 예고편이 그려져 있는 이유죠. 언젠가 내가 정말 급한 일이 생기거나 아플 때를 대비하는 것이에요. 이렇게 하면 소재에 관한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어요. 마감을 하나 하나 빠듯하게 해나가면 정말 벼랑 끝으로 밀리면서 끝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미리 그려놓으면 유동성 있는 마감을 통해 훨씬 편해질 수 있죠. 때문에 지금의 인터뷰와 같은 외부활동도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저는 이 방법을 후배 작가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어요.

요즘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상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가요?

저도 물론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길 바라는 욕심이 있죠.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그런 기회가 저에게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음, 개인적으로는 윌 배역으로 마동석과 메리 배역으로 아이유가 나오면 좋겠어요. 아니면 메리는 사투리를 정말 잘 쓰는 신인도 괜찮을 것 같고요. 윌유메리미가 현실적이고 알콩달콩한 웹툰이라서 충분히 매력 있게 영상화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올해는 컨텐츠를 조금 더 라이센스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 으신가요?

음, 윌유메리미 많이 사랑해주시고요.(웃음)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마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를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무엇을 하고 싶고 해야 할지, 서른 살까지만 정하면 된다고 봐요. 제 경우는 서른 살, 만화가로 데뷔하기 전에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의상디자인, 캐릭터디자인 등등…. 그러다 만화로 넘어와서 제 길을 찾았죠. 또 언제나 중요한 것은 자존감인 것 같아요. 뻔한 얘기이긴 한데, 세상에서 나는 하나뿐인 존재니까 기죽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성인이 됐으면, 말도 안 되는 입시에서 살아나 대학생까지 잘 버텨낸 셈이니 잘 살아봅시다. 사회에 나오면 더 힘들걸요. 하지만 그럴수록 천천히, 백 살까지 산다 생각하고. 느긋하고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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