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은행원,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 김용선 (우리은행 근무·경영 졸)
  • 승인 2016.06.02 16:11
  • 호수 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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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잡자
은행원은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금융권 종사자시기도 했고, 유독 숫자가 친숙한 편이라 금융권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은행원이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사실 고등학교 시절, 항상 반에서 꼴지를 다투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여학생 때문에 공부를 해보기 시작했고, 24살이라는 늦은 나이로 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입학 후 금융 과목들을 수강하며 재미를 느꼈고, 자연스레 금융 회사를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정한 뒤 남들이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금융 관련 자격증들도 취득하고 경제신문사 대외활동도 경험 했습니다. 결정적인 과정은 ‘한국리스크관리’라는 금융 컨설팅 펌에서 장기로 근무하며 경험했던 일들이었습니다. 컨설팅 펌의 특성상 다양한 회사와 함께 협업하며 근무를 해야 했고, 특히 그 중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의 프로젝트가 저에게 큰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아프리카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 마저 스펙이 되어버린 이 대한민국에서 무미건조하게 보여주기 식의 봉사를 하기는 싫었습니다.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해보고 싶었고,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을 것 같은 아프리카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지 NGO를 통해 유럽친구들과 케냐현지 친구들과 팀이 되어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삶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자기소개서에 녹여 넣다보니 인사 담당자들이 저의 진정성을 좋게 봐주신 것 같고, 그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할 만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소위 이야기하는 스펙은 별다를 것이 없지만,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S은행을 제외하고 서류는 전부 통과한 것을 보면, 자기소개서는 분명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말씀드려서 가장 큰 스펙은 역시 실무경험인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지만 막상 연수원을 가보면, 인턴 한번 안하고 들어온 친구는 굉장히 드뭅니다. 내놓으라하는 대기업에서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근무한 동기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수많은 지원자들 중 ‘자기만의 차별성 갖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역시 실무경험인 것 같습니다. 또한 각 은행별로 원하는 인재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해외점포를 많이 갖고 있고 동남아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덕에 이번 저희 기수 중에는 제2외국어 특기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꼭 어떤 것이 필요하다’라기 보다는 은행에서 원하는 인재가 무엇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두 부분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직업은 밖에서 볼 때 깔끔하고 제한적인 일을 하는 직업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은행 문을 9시에 열고 4시에 닫으니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줄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굉장히 많은 일과 다양한 업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은행 문을 여는 시간에는 주로 대고객업무를 봅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시재관련 업무나 서류업무, 고객관리 본점과의 업무 등 생각보다 많은 업무가 있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항상 7시에 출근하고, 퇴근은 보통 9시 이후에 하니 평균 근무시간이 14시간 이상 되는 편입니다. 실제 업무강도가 생각보다 강한 편이지요.

은행업은 철저하게 영업직군입니다. 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우선 신입행원으로 입행하게 되면 영업점 배치입니다. 영업점에서는 예금팀, 종합상담팀, 투체어스팀을 포함한 모든 팀들이 다 함께 합심해 영업을 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주택청약, 펀드, 방카, 환전, 송금, ISA 등 쏟아져 나오는 금융상품을 매일매일 실적표에 기록하고 체크합니다. 영업압박이 생각보다 심하기 때문에 영업을 즐기는 마인드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생각과 굉장히 다른 회사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은행업에 종사하게 되면 소위 이야기하는 연봉은 많이 받게 되지만, 그만큼 충분히 많은 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 깔끔하고 연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하시기 이전에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지를 먼저 보시고 지원하면 분명 즐거운 회사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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