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강요하는 사회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
  • 김형렬수습기자
  • 승인 2016.06.02 16:19
  • 호수 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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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나는 펜을 든다
“엄마 나 기자 하려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나의 꿈을 말했다. 엄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대답 했다. “기자? 기자해서 뭐 해먹고 살게 안돼.” 칼 같이 단호한 대답이었다. 어릴때부터 엄마의 기에 눌려 엄마가 하라는 대로 살아왔던 나는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면 안 될것 같은 마음에 다시 한번 말했다. “아니 나 양보 못해 나 무조건 기자 할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니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기자는 뭐 어쩌구저쩌구 잔소리를 마구 해대며, 공무원이나 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더 이상 엄마를 상대하기 싫어서 대꾸도 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지난 번 설날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큰집에 가서 제사를 드리고 밥을 먹은 뒤 친척 형 누나와 대화를 나눴었다. 예비 대학생인 나에게 이목이 집중 되었고, 나는 학과와 기자라는 꿈을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네가 아직 너무 어려서 잘 모른다는 잔소리, 공대를 가 취직을 하는 게 최고라는 답변만 지겹도록 들었다. 물론 나는 한 귀로 듣고 흘렸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청년들의 취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응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망해 문을 받는 회사들도 많아졌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취직 잘되는 과에 들어가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벽을 뚫고 대기업의 정직원이 되는 게, 혹은 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나라의 녹을 받아 먹는 것이 이상적인 인생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의 길을 따라가 성공한 인생을 사는 걸 원한다. 높은 수준의 연봉을 벌 수 있고, 안정적이며 나름의 사회적 지위까지 얻을 수 있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가! 누군가 이러한 기회를 어떠한 노력의 대가도 없이 준다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실제로 삼성에 근무하고 계신 우리 매형은 가족들로부터 경외의 눈길을 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꿈이 있는 사람들에겐 꿈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혹 다른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는 게 우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해 본 수많은 사람들의 간증에 따라 이것들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란 명제는‘잘못됐다’ 라는걸알수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좋은 직장, 공무원 등을 강력하게 원한다. 현실에 굴복해 버린 것이다.

이건 꿈을 좇기도 바쁜 청춘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꿈을 키우고 목표를 설정해야 할 나이에 벌써부터 현실에 순응해 버리는 청춘들. 고등학생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내 친구를 비롯해 “문과는 결국 공무원이야”라며 신나게 떠드는 아이,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 등 생각보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사회와 관습이 규정한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물론 이들이 잘못됐다는 건 전혀 아니다. 그들도 나름의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 테니까. 내가 환상에 빠져 현실을 직시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징징대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 급제만을 유일한 목표로 여겼던 조선시대 양반들의 낡은 사상을 아직도 탈피하지 못한 채, 목표나 꿈을 한정 짓고 특정한 곳을 향해 달려가게 하는 사회와 관습이 청년들의 다양한 꿈을 막고 그들의 이상을 획일화 시킨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저마다의 개성을 무시하고 한심하게 보며 사회가 규정한 이상에 도달하지 않으면 패배자로 여기는 현실. 분명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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