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불편한’ 수업
너무나 ‘불편한’ 수업
  • 익명
  • 승인 2016.06.02 16:37
  • 호수 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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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심리학과 4학년의‘상담면접및실습’ 은 상담에 대해 실습해 보는 수업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기대를 안고 수강을 했지만, 첫날부터 수업은 불편했다. 기존에 배웠던 상담심리 이론과는 다른 상담 관점의 수업이다 보니 아직 상담에 대한 가치관을 적립해나가는 학부생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담자의 가치가 지극히 개입되고 판단됨으로써 내담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수치심은 그 수업을 보는 학생들마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또한 단기 상담이라고 하지만 수업시간 1회기에 이루어지는 수업이기 때문에 수치심, 부끄러움, 꾸중을 주고 끝내는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정작 상담을 받고 목표가 설정되기도 전에 문제를 가져온 내담자는 개인 내적의 불편함, 부끄러움을 느끼고 끝나는 것이다. 이런 불편함은 내담자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느껴졌는데, 특히 성에 대한 주제일 때 심했다.

예전 상담 사례를 같이 읽고 공부하던 첫 수업 때, 고모가 방에 누워있는 것에 관해 여자가 이러면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셨다. 이 때 부터 교수님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잘못된 틀에 갇혀있는지가 느껴졌다. 그 이후에 학생이 내담자나 상담자로 나와 교수님의 코칭으로 상담을 하게될 때 에도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수치심을 주는 말을 하거나, ‘여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외박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 교수님의 일방적이고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수업 시간은 괴로웠다. 특히 한 성폭력 피해 여학생이 내담자의 역할로 나왔을 때, 교수님의 태도는 매우 모욕적이었다. ‘피해자가 흘리고 다닌 부분을 부정할 수 없다’, ‘가해자에게 70%의 잘못이 있다면, 피해자도 30%의 잘못이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좋아한 것 같다.’ , ‘오래된 일을 가지고 저렇게 우는 것은 비합리적이기에 더 큰 일이 있었으면서 숨기고 있는 걸로 보인다’, ‘고등학생이나 돼서 그 상황을 의심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했을 때 가해자가 그만둔 건 가해자가 욕구를 참았다는 거고 이건 불가능하다’는 식의 2차 가해의 말을 교수는 서슴치 않았고, 이에 대한 피해자의 불편감과 수치심에 대하여 이건 자신이 상담자로서 알권리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 내담자의 언행에 이해되는 척 상담하는 건 자신의 방식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교수님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피해자는 충분히 고통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수님은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피해자의 고통을 판단하며, 자신의 기준에 그것이 들어맞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상담을 진행하시는 것처럼 보였다. 교수님은 ‘위급한 내담자에게 필요한 것은 지지와 써포트다’ 라고 수업 하신 것과는 달리, 성 피해를 당한 내담자의 말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내담자의 말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셨다. 어떤 내담자가 위급하고 생활하기 힘든 내담자인지 판단하는 것조차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느꼈기에 많은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였다.

문제는 상담자로서 내담자에게 무분별한 수치심을 주는 것은 상담자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교수님의‘현실역동상담’은 때론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성범죄 피해 내담자에게는 엄청난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 특히 성범죄 피해 내담자에게 만큼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2차 가해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는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을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성범죄로 피해를 입어 상담을 받으려고 한 내담자에 대한 올바른 대처였을까.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수’라는 직위를 가지고서, 성범죄에 대해 한 쪽으로 편향된 주장만을 제시하는 것은 그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올바르지 않은 가치관을 심을 수 있다. 설령 그 것이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시각이더라도 그 시각이 적절하지 않다면, 그것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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