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번째 신문이 나오기까지
289번째 신문이 나오기까지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6.08.31 16:08
  • 호수 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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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똥
8월 15일, 가톨릭대학보의 289번째 탄생을 위해 7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사실은 7월부터. 아니 1학기 전, 2015년, 2014년, 2013년을 거슬러 어쩌면 가톨릭대학보 1호가 나오던 1995년 3월부터 289호는 준비되고 있었을 것이다. 빛바랜 신문에 인쇄된 잊힌 이름들. 까마득한 시간을 거슬러 존재했던 선배들은 오늘 날의 기자들과 신문과 독자들을 생각하며 학보사에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2014년 3월에 수습기자로 들어와 딱 1년을 지내고 학보사를 나왔다. 그리고 1년의 공백을 지나 다시 제 발로 학보사에 들어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마치 고양이가 햇살 머금은 자리를 찾아 드러눕는 것과 같다고 표현해야 하나. 학보사에 기사 쓸 기자가 없다고. 학보가 힘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음은 이미 학보사 회의실에 가 있었다.

가끔은 학생들이 신문을 읽기는 하는지 궁금하다. 애써 만든 신문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은 거다. 누가 신문이 ~하다더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일이 재밌어 진다. 비판받는 게 더 짜릿하다. 살짝 흥분한 상태에서 다음 호를 이갈며 준비하게 된다. 기획하고 취재하고 엎어지고 까이고 밤새고 수정하고 청탁하고 기다리고 작성하고. 한 호를 내기 위해서 모든 기자들이 2주 정도의 시간을 불사른다. 마감 주에 기사를 수정하다 잠든 필자는 꿈에서 <부산행>을 찍었으니 말 다했다. 이번 학기는 다행이도 7명이서 시작을 했는데 학기 말에는 모르겠다. 당장 290호와 추석이 낀 291호도 걱정이지만 다음 학기가 더 걱정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주저 없이 수습기자 모집에 동참해주시길.

학보사는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학보사가 좋다. 그 옛날의 선배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무엇을 위해 수고하는가. 이 수고는 어찌 큰 보람은 주는가. 수많은 기자들의 젊음이 투자되고 수많 은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학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 바로 가톨릭대학교의 오늘을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 그리고 부천 역곡의 가톨릭대학교. 시간은 흐르고 나면 돌이킬 수 없기에 기록은 곧 역사의 증거가 된다. 그래서 가대학 보는 가톨릭대학교의 역사이다. 그 역사에 동참할 수 있는 곳, 가장 뜨거운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는 곳, 다양한 생각과 감정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곳, 학보사. 한 호의 학보를 내기까지 노력하는 모든 기자들과 취재원, 학내 구성원, 학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2016년 8월의 학보사는 2030년 즈음의 학보를 발행하는 후배들과 신문과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마감 주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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