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인턴, 수습, 실습생이라는 과도기적 노동의 착취
열정페이, 인턴, 수습, 실습생이라는 과도기적 노동의 착취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6.09.14 14:16
  • 호수 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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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정부가 소위‘인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불안정한 청년고용과 실업문제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 진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실습생, 수습생, 인턴 등 교육훈련을 목적으로 하는‘일경험’과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근로자’를 구별하는데 있다. 이번 발표로 인턴은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며, 연장∙휴일∙야간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인턴 기간도 6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업무 난이도가 낮은 경우에는 2개월을 넘겨서도 안 된다. 또한 기업 내상시 종사자 비율 10% 이상의 인턴을 모집할 수도 없도록 했다.

사실 우리에게 인턴은‘이력서의 첫 줄’,‘ 경험을 쌓는 아주 바람직한 방법’등 인턴십을 표현하는 흥미로운 표현들로 넘쳐난다. 요즘 대학에서도 교육과정 중 하나로 기업실습제도를 운영한다. 문제는‘직업 세계로의 입문’이라는 좋은 글귀와 학점이라는 명목으로 무보수이거나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말이 좋아 인턴이지 노동력 착취인 셈이다. 다시 말해 법의 사각지대에 내동댕이쳐진‘법적 소외’상태 신분이다. 인턴은 노동시장에서 열정을 빌미로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 시킨다. 그래서 인턴은 조직 내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그림자 같은 존재다.

우리는‘인턴’이라는 단어가 지닌 모호성에 주목해야한다. 수습이나 실습 혹은 훈련생 등은 인턴과 달리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다. 때문에 모든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반면 인턴은 인턴십이라는 제도에 참여한 사람이니 법률적 용어는 아니다. 열정페이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턴십은 실질적 경험이라는 보상이 따르긴 하지만 보수가 없으므로‘베푸는 행위’이고, 노동력과 경험이 맞바꿔지므로‘물물 교환 행위’이며, 미래를 위해 현재의 희생을 감수하므로‘신용적립’이라는 비자본주의적 거래에서나 가능한 유형이다. 즉, 물질세계 중심인 현 사회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인턴십이라는 제도가 노동과 교육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꿰뚫어야한다.

언론에 기사화된 열정페이 사례들을 보면 △노동력에 정당한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 △채용을 미끼로 부당한 근무조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 △정규직전환과 같은 묵시적 고용관계를 약속했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가치가 높은 인턴십 프로그램일수록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출세의 보증수표가되는‘명문’인턴십 프로그램은 돈과 명예를 보유한 극소수 특권층 자녀들의 차지가 된지 오래다. 우리 사회도 폼 나는 기관의 인턴은 학연과 지연이 없으면 할 수없을 정도다. 잘나가는 국제기구에도 어깨에 힘깨나 쓰는 부모를 둔 자녀들이 인턴십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실업을 고려한다면 최소한‘공정한 취업 기회’를 위한 모범적 인턴십 프로그램운영을 논의해야 한다.

수습이나 인턴 직원에게 채용및 고용을 조건으로 일정한 성과를 요구하는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이제 기업들도 인턴 채용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대기업 고용형태공시현황(워크넷)에 인턴 규모를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인턴다수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시근로감독을 통해 위법적 고용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이 의문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과같이 인턴규정을 법제화해야 한다. 일을 시켰으면 인턴에게도 최저임금이나 연수 임금 등 공정한 임금을 지급해야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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