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모색, '생활임금'
최저임금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모색, '생활임금'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6.09.28 14:43
  • 호수 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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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시급 6,030원은 ‘괜찮은’ 혹은 ‘적정한’ 임금일까. 2016년 5월 서울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이 높은지, 낮은지 여론조사를 해보았다. 76.2%나 되는 시민들이 최저임금이 낮다고 응답했다. 예상 밖의 결과였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이해가 된 다. 미국은 2020년까지 15달러(1만7천원)로, 영국은 9파운드(1만5천원)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있다. 독일은 2017년 8.8유로의 최저임금을 발표 했다. 우리나라도 최저임금 1만원 요구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였지만, 내년 법정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결정됐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은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게 ‘생활임금’ 논의가 더 활발하다. 영국에서는 1천개 이상의 기업에서 생활임금을 지급하고있다.

인터넷 구글(Google)에 검색하면 ‘living wage(생활임금)’관련 내용이 약 352만개, ‘minimum wage(최저임금)’이 약 3,630만개 정도 된다. 그만큼 최저임금은 보편적 제도이지만, 생활임금은 이제 막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다.19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영국은 2005년 런던에서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서울시나 경기도 등의 지자체들이 모범 사용자 역할을 다하고, 낮은 최저임금을 견인하기 위해 생활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6년 9월 현재 약 66곳의 지자체가 조례에 의해 시행 중이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최저임금보다 20% 정도 높다. 아직 공공부문 즉, 시청이나 구청 등에서 저임금 비정규직에게만 적용되다 보니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생활임금은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임금’혹은‘기본적인 욕구를 포함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임금’ 정도로정의된다.

사실 생활임금이 처음 시작된 미국이나 영국을 보면 그 역사적 배경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 초기 저임금과 착취노동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고, 생활임금은 노동자들의 인간적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안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생활임금은“어떤 임금이 필요한가?”의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비정규직 비율이 취업자의 절반에 가깝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저임금 계층이나 임금 불평등이 미국 수준으로 심각한 우리나라에게 말이다. 최저임금보다는 많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3분의 1이 겨우 시급 7천원 이하를 받고 있는 나라. 10명 중 1명은 몇 년째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나라. 이게 정상적인 나라일까.

생활임금은 일의 성격이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임금, 그저 최저시급에 맞추어 일을 시키는 임금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임금은 가격으로서 시장에 맡겨진 임금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 가능한 임금으로의 사회적 재구성을 의미한다. 물론 핵심 쟁점은 남아있다. ‘대체로 생활 임금이 인간다운 삶, 즉 안정된 생활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수준(just pay)은 어느 정도인가?’의 쟁점은 남는 질문이다. 그러나 1948년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항목에‘생활을 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때문에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생활임금 논의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정도의 적정한 임금으로, 혹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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