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의한 변화는 인류가 만들어 가는 것
인공지능에 의한 변화는 인류가 만들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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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2 22:26
  • 호수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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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벌어졌던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간의 바둑 대결이 몰고 온 인공지능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정부는 대기업들과 함께 급하게 지능정보기술원을 세웠고, 기업들의 인공지능 인력 채용 공고가 늘고 있다. 서점의매대 한 칸이 모두 인공지능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에 대한 책으로 채워져 있다. 책들은 인공지능에 의해서 특정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에서부터 대량 실업을 불러올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히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여 편리한 미래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미래상도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이나 기계학습을 활용하는 자동화 기법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를 열광적으로 예측하는 모습이 새롭지는 않다. 요즘 가장 주목을 받는 인공지능 기법 중에 하나인 딥러닝의 모태와 같은 퍼셉트론이 1950년대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도 20~30년 후에 인공지능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예측대로 인류가 변화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기법의 한계가 발견되었을 뿐이다. 80년대에 퍼셉트론의 한계를 극복한 인공 신경망이 도입되어 다양한 영역에 활용되고 있을 때에도 지금과 똑같이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에 의해 많은 직업이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넘쳐났다. 90년대 후반 인공 신경망의 한계가 명확해졌고 오히려 인공 신경망 발전의 빙하기가 찾아왔을 뿐이다. 2000년대 중반 인공 신경망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요즘 회자되는 딥 러닝이며, 빅 데이터 시대와 맞물려 큰 파급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 언제나 기술이 가진 진정한 가치보다 사람들의 기대가 앞서기 마련이다. 언론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집중하기 마련이며, 많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이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빨리 실망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기술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발휘하기 까지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하며, 사람들이 기술의 적절한 사용방안을 학습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술들은 인류를 대체하고 완전 자동화된 세상을 만들기에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사람에게 쉬운 것은 로봇에게 어렵고, 사람에게 어려운 것은 로봇에게 쉽다는 모라벡의 역설을 아직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완전 자동화 기술을 80% 수준으로 완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디테일을 완성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상황이다.

 

낭만적이거나 디스토피아적으로 미래를 그려볼 수는 있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인간의 기술은 불편함이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빌 게이츠 말처럼 적정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고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여야 한다. 딥 러닝 기법의 기초를 만든 힌튼 교수를 위시한 연구진들은 몇 년간 아무런 성과가 없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한 캐나다연구기관에 크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연구기관도 글로벌 기업의 연 구비에 비해 적은 규모지만 이를 마중물로 여기고 의미있는 결실을 맺길 바래본다.

 

수십 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성숙한 나라들은 만성적인 높은 실업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제조업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체한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지적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반복적이고 덜 창의적인 노동을 대체하여 인류가 좀 더 인간적인 일에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의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대리인 비용을 줄이는 것이 기본 소득의 한 원천이 되는 것처럼, 인공지능에 의한 노동 대체가 기본 소득의 다른 원천이 될 수 있다면 인류에게는 긍정적인 미래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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