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브리핑] 짜장면 깔개가 되기는 싫다
[편집국장 브리핑] 짜장면 깔개가 되기는 싫다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6.11.16 21:49
  • 호수 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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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93호는 12면이다. 힘 좀 줬다. 지난 290호와 291호가 4면이었던 것에 대한 독자들께 드리는 사죄의 의미이고 또 지면을 늘릴 만큼 실어야 할 사안들이 많았음이다. 이번 호를 관통하는 핵심은 ‘변화’이다. 학교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태동하는 크고 작은 모든 변화.

8년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박영식 총장님이 학교를 떠나신다. 새로 부임하실 총장님이 누구일지 뜬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교 구성원들은 어쩌면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어떤 존재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사람의 새로운 생각, 그 생각이 이끌 학교의 낯선 분위기. 천조국의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전 세계가 술렁이는데 이 작은 학교는 어떨까. 총장뿐 아니라 세 교정의 총학생회와 단대장, 각 과대표도 인물 교체가 되고 있다. 약간의 기대와 긴장감이 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한반도 전역에 퍼졌다. 평소 사회문제에 조용하던 우리 학교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총학생회에 시국선언을 요청했다. 10월 28일, 국제관 광장에 모여 피켓을 들고 서명을 했다. 곳곳에 대자보가 붙었고 많은 학생들이 연설 했고 박수치며 연대했다. 창업지원센터 옥상에서 카메라를 들고 그 광경을 기록하며 이전과는 사뭇 다른 학생사회 분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11월 12일, 100만명이 모인 민중총궐기 집회에 많은 본교 학생들이 참여하여 뜻을 모았다. 도로 한 가운데 깃발을 들고 앉아 서로 힘주고 챙겨주는 모습에, 지성인으로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보고 감동 했다.

7, 8, 9면에 걸친 주제들도 다양한 각도에서의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까’와 같은 관성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권리를 짚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알게 모르게 변화는 우리를 자극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학보사는, 학보사 편집국장을 자처한 나는 얼마나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점검 해본다.

학생대표자들로부터 취재 거부를 당했을 때, 속사정은 알지도 모르고 두는 훈수를 들었을 때, 학보가 외면당했을 때.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지 못해 온 종일 열을 올렸다 내렸다 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학보사 내부 구성원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나’와‘학보’그리고 ‘학보사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변화를 지켜보고 기사만 써낼 것이 아니다.

타성에 젖은 학보는 짜장면 깔개다. 아니면 창문 가리개던가. 기자들은 힘들어서 문밖을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고 들겠지만, 국장이 새벽에도 카톡을 보내 욕이 올라오겠지만 더 잘해야만 한다. 학교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태동하는 크고 작은 모든 변화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우리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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