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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의 재구성을 위해 요구되는 우리의 반성
[293호] 2016년 11월 16일 (수) 21:51:52 가톨릭대학보 .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자신의 큰 책무라며 퇴진을 거부하고 있지만, 국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본인인 까닭에 이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국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11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5%를 기록하여 2주 연속 최저 지지율 기록을 이어나갔으며, 부정평가는 90%에 이르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그러니 조그마한 염치라도 남아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데 대해 책임을 지고 퇴진하여야 한다. 또한 나라가 이 사태에 처하게 되는 동안 정권 호위대 역할을 담당해왔던 새누리당은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12일 광화문에 모인 1백만 시민들의 성난 함성은 상황이 임계지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새누리당 해체는 상황 타개를 위한 기본 전제에 불과하다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정 파탄에 대한 질타 수준에서 논의가 머물러서는 곤란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펼쳐진 상황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운명이 갈릴 분수령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까닭에 논의의 목표를 집권 세력의 교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재구성으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이라든가 사회양극화 문제, 남북 공존 체제에 입각한 동아시아 질서 모색, 친일잔재 청산, 국가 백년지계 밑그림으로서의 교육 개혁 등을 둘러싼 발본적인 고민이 동반되어야 할 터이다. 이러한 지점이 누락될 경우 우리 국민들로서는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당할 우려도 배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각 대학에서는 발본적인 수준에서 자성과 반성을 펼쳐나가야 하겠다. 이화여대는 정권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내기 위하여 정유라 관련 입시 비리를 저지르는 한편 학사 제도를 수정하였다. 연세대의 경우 과거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를 둘러싸고 이와 유사한 부정이 있었다는 혐의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우리 학교에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 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지원금을 얻어내기 위하여 눈 가린 경주마처럼 맹목적으로 내달린 측면이 없다고는 단정하기가 곤란할 터이다. 과연 그 과정에서 본교의 교육이념 및 교육목표는 얼마나 관철될 수 있었는가. 심지어 정부가 선정하는 여러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리누른 정황도 있지는 않았을까. 대학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마땅히 자신이 지켜야 할 바로 그 자리를 지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반성은 이 자리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수들은 각자 그 자신이 교수임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국정을 농단을 면면을 보면 폴리페서의 면모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성균관대 교수,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숙명여대 교수,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홍익대 교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한양대 교수였으며, 박정희 찬양을 내용으로 하는 <인간의 길> 저자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는 최순실 라인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현재 저들이 보여주는 변명을 보건대 그동안 그네들의 행태는 소신 혹은 신념이 아니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그저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저토록 사납게 날뛰었다는 말 밖에는 되지 않는다. 저런 자들을 학자라 할 수 있고, 저런 자들을 감히 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폴리페서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운 정신인 진퇴론(進退論)을 알지 못하였고, 우리 교수들은 저와 같은 이들이 설치는 꼴을 주위에서부터 제어하지 못했다. 아마 저들은 끝끝내 수치를 알지 못할 것이다. 부끄러움이 온전히 우리 교수의 몫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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