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당선] 수상소감 - 김혜준 (국어국문∙4)
[소설 당선] 수상소감 - 김혜준 (국어국문∙4)
  • 김혜준 (국어국문∙4)
  • 승인 2016.11.29 18:12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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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준(국어국문∙4)

제 37회 가대문화상 소설 당선 수상소감

컴퓨터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참 편리한 도구입니다. 참 사치스러운 도구입니다. 팔십만 원짜리 본체, 이만 원짜리 키보드,이만 오천 원짜리 마우스로 저는 글을 씁니다. 인도의 알랭의 이야기, 일 년 내내 일해도 팔십만원짜리 컴퓨터 한 대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어쩌면 무서울 정도의 위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자선단체에 정기적으로 알량한 모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부끄럽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행위가 이타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행위를 한다는 도덕적 우월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진국에서 살아가며 대학까지 다닐 수 있는 편한 환경에서 살아온 제가 가난한 알랭의 이야기를 고발조로 쓴다는 것은 그런 도덕적 우월감을 다시 누려보려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악한 글 솜씨로나마, 세계 어딘가의 풍경을 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자본이라는 괴물에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누군가는 알기를 바랐습니다. 낡은 배가 어디로 가는지,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해체되는지, 누가 그 힘들고 괴롭고 위험한 일을 맡는지. 물론 이 이야기는 알랭이라는, 인도라는 먼 나라의 낯선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 글을 쓸 때 딱히 읽는 분께서 알랭만의 이야기로 한정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모든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그래서 모르는, 그래서 응당 받아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는 약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준 독자분이 있다면, 기쁠 것입니다.

졸문을 첨삭하시고 귀한 의견으로 보강해주신 류양선 교수님, 그리고 함께 문예창작수업을 들으며 좋은 작품을 읽게 해주셨던 학우 여러분, 쓴 글을 가장 먼저 읽어주고 평가해주는 여동생,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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