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회 가대문화상 소설 심사평
제 37회 가대문화상 소설 심사평
  • 홍기돈(문학비평가, 국어국문 교수)
  • 승인 2016.11.29 18:53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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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돈 (문학비평가, 국어국문 교수)
응모된 작품은 모두 아홉 편이었다. 심사에 앞서 응모작의 양이 다소 빈약하지 않은가, 우려하였으나 심사를 해 나가면서 여느 해보다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 으리라 자신할 수 있었다. <철까마귀의 노래를 들어라>의 경우, 투고자가 많은 습작을 거듭하여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인도의 알랭과 한국을 한데 엮어내는 구성이라든가, 배가 해체되는 장면을 그려내는 솜씨, 진중한 주제의식 등은 흡입력이 충분하였다. <공회전> 역시 장점이 분명하다. ‘우 선생’의 직장과 가정을 교직하는 데 나타나는 구성에 대한 감각, 과거의 사건과 현재 사건을 이어나가는 기술 등이 그러하다. 다만 직장에서 펼쳐진 사건과 가정에서 벌어진 상황이 어떤 지점을 매개로 하여 통일성을 획득하는가가 설득력 있게 부각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있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회전> 역시 쉽게 내려놓기는 아까운 작품이다. 그러한 까닭에 주최 측의 양해를 얻어 <철까마귀의 노래를 들어라>를 당선으로 선정하고, <공회전>을 가작으로 뽑았다. 조금만 더 정진한다면 이들 투고자들은 기성 문단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내는 죽었고 그녀는 살았다>의 경우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이를 수습하는 과정이 너무 교훈 투인데다가 설명으로 제시되었다. 이를 큰 결함이라고 판단하였다. <기어코 다시 봄>도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문체가 퍽 안정되어 있으며, 흐름을 이어나가는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란’의 원조교제 소문, 식사에서 제시된 정보 등은 전체 흐름에서 겉돌고 있다.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나무>를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이 올리는 경배의 춤’으로 이끌어가는 데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한 까닭에 <아내는 죽었고 그녀는 살았다>와 <기어코 다시 봄>에서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상이 심사 과정에서 관심을 가졌던 작품들이다.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삼아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꿈꾸라고 당부의 말을 덧붙인다. 낙선된 분들은 차후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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