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용산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12.09 12:47
  • 호수 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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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철거와 저항은 왜 계속되나
참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남일당(오른쪽)과 그 뒤의 고층건물이 대비된다.

대한민국은 재개발공화국이다. 지난 10년 간, 낡은 구시가지를 새로이 정비한다는 명분하에 수많은 개발이 이루어졌다. 강남을 중심으로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서고 그에 뒤처지지 않게 강북에도 각종 뉴타운 계획이 발표되었고 대규모 건설이 이뤄졌다. 개발은 지가 상승을 부른다. 서울시내 아파트의 3.3㎡(1평)당 가격이 천만원을 넘은지 오래다. 개발 이익은 고스란히 지주, 건물주와 건설사로 흘러들어간다. 세입자들에게 쥐어진 보상비로는 이전과 비슷한 환경의 집과 가게를 가지기 힘든 현실이다. 높아진 땅값 때문이다.

 

건설족·정부·지주의 삼각동맹

‘토건족’ 혹은 ‘건설족’이라는 말이 있다. 건설업계가 정계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기간 압축적으로 성장 한 우리나라에서 건설도 단기간 막강한 부를 쌓았다. 산업화를 위해 필요한 국가주도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수단을 전국민적으로 보급하면서부터다. 성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자연히 건설업계도 침체에 빠진다. 그러나 건설족은 정부에 영향력을 미쳐 새로운 건설 수요를 창출했다. 우리나라의 국민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9%대로, 4%대를 유지하는 선진국에 비해 몸집이 너무 크다.

정부 역시 개발이 필요했다. 2000년 8월 연일 계속된 주가 폭락 와중에 취임한 진념 경제부총리는 취임 직후 각종 세금인하를 비롯한 부동산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의 정책을 통해 건설경기 부양책을 펼쳤다. 그 결과 2001년 후반부터 아파트값 폭등이 시작됐다. 참여정부 역시 성장을 위해 건설,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에 의존했다. 행정복합도시를 필두로 수도권 신도시, 혁신도시 등의 각종 개발정책 발표는 전국적인 지가 상승을 이끌었다. 프레시안 초대 편집국장을 지낸 박태견은 저서《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에서 양극화 심화, 낮아지는 자가주택보유율 등을 참여정부 경기 부양책의 성적표로 제시한다. 2003년 4월, 이미 서울시내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천만원을 넘었다. 현 정권 역시 재개발 정책 고수와 함께,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하려 한다. 지독한 복선이다.

땅 값이 오르니 지주들에게도 자연히 이득이 돌아온다. 용산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10년간 많게는 10배 이상까지도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2003년 사이의 아파트투자수익률은 93.8%로 회사채 3년 유통수익률(23.1%), 정기예금금리(17.9%), 종합주가지수(-25.2%)보다 확실했다. 투기꾼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직한 노동의 댓가를 코웃음 치듯, 땅 값은 치솟았다. 재개발조합을 조직해 세입자들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적은 보상비로 내쫓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추구한다.

 

삼각동맹에 맞선 외로운 싸움

새로운 수요 창출, 경기 부양, 개발이익 추구를 위한 삼각동맹은 결과적으로 서민경제를 피폐하게 만든다. 땅 값은 올라도 대다수 서민인 세입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치솟은 지가에 비해 보상비는 턱없이 적어 비슷한 조건의 주거지나 가게를 얻기는 힘들다. 그야 말로 ‘생존권’ 위협 수준인 것이다. 손낙구의 저서 《부동산 계급사회》에 따르면 2008년 현재의 지가로는 110㎡(33평형)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평균임금 노동자가 18.6년간 돈을 모아야 가능하다. 또한 서울에 살기 위해선 29.1년, 강남의 경우 44년이 걸린다. 철거민들의 투쟁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생계가 걸린, 그래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목숨을 건 투쟁이다. 이때 공공의 안녕을 위한다는 공권력은, 투쟁을 주도하는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을 ‘폭력단체’의 이름으로 ‘선량한’ 철거민들과 분리시킨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용산의 참사가 잠재 돼있다. 용산참사는 용산만의 문제도, 철거민들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러나 용산은 외롭다. 곪았던 문제가 터진 곳이기 때문에, 용산은 우리 모두의 짐을 홀로 지며 투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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