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회 가대문화상 캘리그라피 심사평
제 37회 가대문화상 캘리그라피 심사평
  • 김현중 (리노의 캘리그라피)
  • 승인 2016.11.29 20:06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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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우리가 미디어, 출판물,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접하는 캘리그라피는 모두 디지털 작업을 통해 보정작업을 거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물론 그런 글씨들은 글씨 이외의 다양한 디자인상품과 결합되어 더 높은 시각적 효과를 내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디자인상품들에 상품적인 가치를 부여하지, 작품적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에겐 동물에겐 없는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순수하게 작가의 생각과 기술, 그리고 감성이 들어간 작품을 보고 감상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미술관, 전시관을 관람하면서 보는 작품들에서 알 수 없는“아우라”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작품”이 가진 힘입니다. 제가 당선작으로“꽃밭에서”를 선정한 이유는 바로“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글씨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전체적인 통일성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 고유의 서체인 판본체를 기본으로 하고 선을 간결하게 표현함으로써 무거운 느낌보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글씨를 표현하여 글귀의 내용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레이아웃, 즉 글자의 배치와 크기, 그리고 여백을 적절하게 표현하여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에 있어서“인장”, 즉 도장을 찍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인장을 찍음으로써 “작품”을 끝냈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작품을 끝내는 인장으로 작가가 누군지 나타내는 동시에 작품의 시작부분에 꽃이 그려진“두인”을 찍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글귀의 내용을 보았을 때 직선적인 선보다는 곡선이 들어간 부드러운 느낌의 글씨가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글귀를 글씨로 옮길 때 최대한 글귀의 내용을 글씨체안에 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작품에서 표현된 글씨는 직선적인 딱딱한 글씨체보다는 곡선이 많고 획이 부드럽게 강조된 서체가 어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꽃밭에서”는 바로 표구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플레이리스트 가대>

서예에서 시작된 한국의 캘리그라피는 그동안 먹과 화선지 그리고 붓으로만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캘리그라피라는 용어가 점차 대중화되고,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대중들도 캘리그라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에 우리가“손글씨”라고 부르던 분야까지 캘리그라피로 통칭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가작으로 선정한 “플레이리스트 가대”는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한 캘리그라피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직 접 찍은 사진에 자신만의 글씨체를 합성해서“감성적”인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씨체 또한 한가지 글씨체에 머물지 않고 사진의 느낌에 맞는 글씨체, 그리고 다양한 글씨체를 구사하여 폭 넓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예술분야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인 저작권에 대해 정확한 인지를 하고 있는 것 또한 가점의 요인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인용한 문구의 출처를 정확하게 기록하였고, 자신의 서명까지 추가하여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습니 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에 글씨를 합성할 때 어색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글씨가 들어가야 할 공간을 미리 계산해서 사진을 찍어 사진과 글씨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나의 작품으로서 보기에는 각각 분리된 형태로 작품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통일감”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플레이리스트 가대”라는 제목의 작품이라면 큰 종이에 작품을 연결하여 붙인다음 작품간의 연결성을 강조하여 작품을 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씨체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다양한 글씨체를 조금 더 연구하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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