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당선] 수상소감 - 임지연(심리∙3)
[사진 당선] 수상소감 - 임지연(심리∙3)
  • 임지연(심리∙3)
  • 승인 2016.11.29 20:10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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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연 (심리∙3)

제 37회 가대문화상 사진 당선 수상소감

제가 좋아하는 이 사진이 이렇게 좋은 기회로 많은 사람들 앞에 나오게 되어 기쁩니다. 앨범 안에는 수없이 많은 필름 가닥이 꽂혀 있고, 그 중에서도 단 한 컷을 골라내기까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나 봅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수백 장의 사진을 지울 수 있는 요즘의 기술에 비하면 필름이란 것은 참 비효율적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비효율적이다’, ‘경제적이지 못하다’란 말을 참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겨우 일 년, 혹은 한 학기의 휴학에도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내가 잠시 쉬어가는 사이에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고요. 그렇지만 천천히 가는 게 꼭 나쁜 것 같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느림의 미학을 통해 끈질긴 자세를 배우기도 하고, 예술의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내가 남들과는 조금 보편적이지 못한 길을 선택한다고 해서 그것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느린 작업이 때로는 놓쳤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저 인식하지도 못하고 지나쳤을 “볏짚 덮는 사람”이란 사진을 제가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세상을 느리게 보았기 때문이겠죠. 놓쳐선 안 될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필름을 통해 보다 여유 있는 시선을 갖게 해 준 사진동아리 샤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덧붙여 요즘 같은 우울한 시국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우리 모두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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