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한센병문화상 심사평
제 8회 한센병문화상 심사평
  • 최선경 (학부대학 교수)
  • 승인 2016.11.29 20:42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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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경 (학부대학 교수)

제 8회 한센병문화상 심사평

올해로 8회를 맞는 한센병 문화상에 응모된 작품은 소설 1편, 에세이 1편, 논문 1편, 시 7편으로 총 10편이었다.

<한센병 환자의 한센병에 대한 인식 조사>는 가시적 증상의 유무에 따른 환자들의 심리와 원인을 살핀 논문이었다. 증상이 가시적인 한센병 환자들과 비가시적인 결핵 환자들의 심리를 비교, 분석하고자 한 시도는 의미 있다 하겠으나 대상으로 삼은 자료의 양과 질의 편차로 인해 적절한 비교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시 7편은 공통적으로 한센인의 아픈 내면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한센인의 아픔과 고통을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상투적으로 표현한 것이 그들의 내면에 가 닿는 것을 방해하였다. <불빛 하나>, <화생>, <수탄장에서> 등은 그런 점에서는 조금 나으나 전체적인 구성의 밀도가 떨어져 아쉬웠다.

<문디자슥의 역설을 넘어서>는 과거 한센인들에게 가했던 폭력을 과학적 무지의 탓으로 돌리며 외면하지 말고 바로 보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임을 역설한 에세이이다. 한센인의 문제를 사회 전반에 만연한 차별의 문제와 폭넓게 연결시켜 논하고, 필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점을 높이 사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그러나 문장에 비문이 많아 읽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 조사 사용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글을 쓴 후 꼼꼼하게퇴고하는 습관을 들이기를 당부한다.

<지나간 이야기>는 귀가 중 짙은 안개로 길을 잃은 주인공이 미류동이라는 미지의 장소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과 이를 방관한데 대한 죄의식을 담은 소설이다. “열네 개 유리병의 증언”으로 방송되기도 했던, 믿기 어려운 한센인에 대한 폭력과 학대의 민낯을 소설로 재구성하여 한센인 인권 침해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한센인에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 외에 이를 방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한 자도 폭력에 가담한 자라는 주제의식을 잘 담아낸 것이 단순한 플롯, 서사의 빈약함보다 돋보여 최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글쓰기에 몰입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한센병에 관심을 갖고 응모를 해준 모든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격려의 뜻을 전한다. 선발된 학생들 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정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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