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표 높으면 학교도 발전하나?
배치표 높으면 학교도 발전하나?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12.09 13:01
  • 호수 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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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기
11월 23일자 모 대학 학보를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해당 대학이 수능 배치표 상에서 저평가 받는 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학생들 주도로 간담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를 대학의 입학관리처나 대외협력팀이 주최를 했다면 그럴 법도 한데,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것에 놀라웠다.기사 상에서 한 학생은“학교의 발전을 위한다면 배치표 저평가를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며“배치표대로라면 입학점수도 낮아지고 아웃풋도 낮아져 학교의 위상이 추락할 것”을 걱정했다. 이것은 아마 국내 대다수 대학 입학팀들의 목소리인데, 학생들의 생각도 그와 다르지 않아 보여 흥미롭다.
학원들이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인 배치표 외에 최근엔 유력 일간지들이 잇달아 대학 평가를 내리고, 순위까지 매기고 있다. 언론사들은 소위‘서고연 서성한’으로 시작되는 대학 순위를 공식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6월 29일 자 <교수신문>은 <조선일보>의 대학평가와 광고 유치 연계성을 들며, 외부 평가에 민감한 대학들에게 상당한 압력이 되었으리라 보았다. 대학들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언론사에 광고를 상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학들은 높은 수능 성적의 학생을 유치하는데 목숨을 걸고, 외부 대학평가의 지표에 맞춰 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발표하는 언론사에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높은 학벌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학벌 사회의 공고화를 위해 학원과 언론이 매겨주는 점수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다. 그런데 이젠 대학생들마저 주체적으로 자기 학벌을 지키겠노라 노골적으로 나서는 시대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순위가 민감한 시대다. 평가 방법과 기준이 어떻든 간에 대학과 학생들에겐 순위가 민감하다. 좋은 학벌이라는 타이틀만 주어진다면 그 학교와 학생은 발전한 꼴이 된다. 그러나 학벌이 공고화 될수록, 학벌을 노골적으로 추구할수록, 대학은 점점 언론과 학원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 같다. 대학들은 이를 학교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만 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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