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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장에게 바란다
[294호] 2016년 11월 30일 (수) 00:42:56 가톨릭대학보 .
한 조직이 공적인 성격을 지니는 한에 있어서 그 조직의 운영과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수장의 역할이 어때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이 자리에서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지금 이 시점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절박한 역사적 국면에 처해 있는 까닭일 것이다. 사실, 작게는 한 지역의 자치 기구로부터 크게는 국가라는 거대 조직에 이르기까지 그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역할과 리더십은 그 조직 운영의 성패 여부를 넘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그 조직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작금에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끔직한 국가적 비극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악몽 속에서 우리가 감내해야 할 고통의 강도는 완화되기는 커녕 점점 더 거세질 것만 같아 두려울 뿐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가톨릭대학교라는 또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 갈 차기 총장을 맞이할 준비를하고 있다. 그리고 작금의 국가적 위기 속에서 차기 총장을 맞이해야하는 우리의 심정은 자못 비장하고 무겁기만 하다. 이는 한 편으로는‘최순실 사태’와 더불어 지도자라는 그 단어에 더 할 수 없는 회의와 환멸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최근의 녹록치 않은 대학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그가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가톨릭대학교라는 조직을 운영할 것인가라는 바로 이 문제는 대학 운영의 성패를 떠나 대학의 존립자체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차기 총장이 향후 4년간의 대학운영에서 꼭 참고했으면 하는 핵심적인 사안 한 두 가지만을 건의하고자 한다.

우선, 총장은 대학 교육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전과 철학은 단기적 실적이나 성과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목표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의 대학들이 국제적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여전히 학문적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보여주기식 실적 중심의 대학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의 운영 실적이 정부의 재정 지원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외모치장에만 신경쓴다면 우리 대학은 영원히 2류∙3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교육부의 재정지원에 매달려 온 감이 없지 않다. 이 과정에서 재정이 취약한 우리 대학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고 총장의 능력과 실적을 홍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가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 교육을 왜곡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그 동안 참여해 온 국가 재정지원 사업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실질적 도움을 주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보야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장은 그 무엇보다 우리 대학이 갖추어야 할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력이라는 것이 단기에 급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직시하고 한 조직의 수장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조급증을 버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대학의 규모와 위상을 고려할 때 그 경쟁력은 타 대학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운영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 총장 시절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우리 실정에도 맞지않는 국제화에 올인했다가 아무런 결과도 없이 흐지부지되었던 사례 하나를 떠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결국 대학의 경쟁력은 서열과 순위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교육과 학문의 근본을 잃지 않으며 또한 그 근본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나올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포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임 총장은 대학 구성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힘써줄 것을 건의한다. 하나의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이 점만큼 긴요하게 요구되는 사안도 없을 것이다. 작금의 국가적 사태가 소통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조직의 수장이 그 조직의 구성원과 소통에 힘써야 하는 이유는 그는 구성원들로부터 재임기간 동안 사인이 아닌 공인의 지위를 위탁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대학의 수장인 총장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총장은 보직자의 의견은 물론이고 더 중요하게는 평소 멀리 떨어져 있는 평교수와 직원 및 학생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경청하는 리더십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틈새와 균열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다른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최순실 사태’와 그의 한 단면인 이화여대 사태는 차기 총장이 앞으로의 대학 운영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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