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재조명] 소주 (2)
[단어의 재조명] 소주 (2)
  • 변은샘 기자
  • 승인 2016.11.30 00:47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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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1,600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소주는 한국인들에게 제일 편한 술이다. 싼 가격에 맥주보다 높은 도수니 빨리 취하기엔 소주가 제격이다. 한국인들의 술자리는 대부분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보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처럼 보인다. 즐기기 위한 자리에 술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술이 있는 자리에 사람이 동원되는 이 같은 술자리는 한국의 독특한 술 문화다. 강도 높은 일과 취미가 없는 직장인들, 여가 시간이 부족한 일상에서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탈피하는 방법으로 술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술은 단지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한국인들의 인간관계 그 가운데에 놓여있다. 사람들과 만나고자 해도‘술 먹자’라는 말로 대신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으로도 ‘술 한번 마셔요’가 인사말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데 서투른 한국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나 사람들과 가까워질 방법을 소주로 대신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한편 각박한 한국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소주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한 편의점 통계에 따르면 최근 열흘 소주 매출이 전년대비 25.4%나 늘었다고 하니 지금 대한민국은 술이 고픈 때임이 분명하다. 경기는 침체되고 숨 돌릴 겸 튼 텔레비전에는 어느 채널을 틀어도 온통 비선실세 이야기다. 비아그라니 길라임이니 평소 같았으면 가십거리에 그칠만한 이야기들이 웃고 지나치지 못할 이야기로 사람들의 술상에 오르내린다. 술안주가 없어도 할 말이 많아 술자리는 외롭지 않다.

감정표현이 서투른 사람들이 어지러운 국정에 대한 상실감을 또다시 소주로 달래는가 싶다. 토요일, 광장에 나왔던 사람들은 소주를 찾다, 찾다 속이 쓰려 결국 직접 삼키던 감정을 내보이려 나왔던 사람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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