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똥] 반가워요, 모두들
[볼펜똥] 반가워요, 모두들
  • 박혜영 기자
  • 승인 2017.02.28 21:30
  • 호수 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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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았다. 방학임에도 매일 학보사에 얼굴 도장을 찍으러 갈 때면 항상 조용하던 학교였는데, 한 날엔 상기된 모습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학교 안을 누비고 있었다. 신입생인 것 같았다. 수강신청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각 컴퓨터실에 자리를 차지한 채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모든 게 처음일 것이다. 처음 하는 수강신청, 처음 만나는 동기들, 처음보는 수많은 강의실들. ‘처음’이라는 것, 그것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해 당황스러우면서도 조금의 설렘을 느낄지도 모르는 감정. 문득 작년의 나는 어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당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테다. 수많은 신입생들 중에서도 나는 특별히 소심한 편이었다. 아웃사이더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인사이더가 될 만큼 잘 나대지도 못하는 그런 부류였다. 태생적으로 숫기가 없어선지 그저 글만 몇줄 끼적이면 될 줄 알고 들어갔던 학보사에서도 역시나 문제가 생겼다. 매 호를 낼 때마다 처음 보는 타인과 접촉해야 했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는 인사는 뭐라고 해야 할지 같은 사소한 것에 신경쓰느라 바빴고, 그럴 때면 자연스레 몸이 뻣뻣해지고 손에선 땀이 났다. 그런 만큼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큰 용기를 품고 해야 하는 일일 정도로 어려웠다. 취재의 기본은 타인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이기에 피할 수도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꾸역꾸역 다가갔던 기억이 난다.

 글쎄,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옛날 얘기처럼 까마득하기만 하다. 특별히 스피치 학원을 다니거나, 상담을 받지도 않았다. 어째서 갑자기 태도에 변화가 생겼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다 할 대답조차 할수 없지만 그럼에도 일 년 전과의 나와는 확연한차이가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이 삶이니까, 어쩌면 더디게나마 성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나 불편하던 사람 대하기 에도 분명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전히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은 어렵다. 결코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와는 다른 타인의 생각을 알면 알수록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넓어짐을 느낀다.

 이 글을 읽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다. 두렵고 떨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타인에게 한 발자국만 다가갔으면 한다. 나의 소심한 한 걸음이 타인에게는 특별한 관심으로 다가올지 어떻게 아는가?‘ 밥은 먹었어?’,‘ 오늘 날씨 괜찮지 않아요?’부터 시작하는 거다. 진부하지만 그 한 마디가 소중한 인연의 출발점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곧 있으면 올 봄 때문인지 설렘이 가득하다. 이 학교에 오게 된 모든 신입생들, 아직 다 알지 못한 재학생분들과 닿을 인연을 생각하면 모두 반갑기만 하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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